mardi 22 janvier 2008

‘이재난고’로 엿보는 조선 지식인의 삶 - 동아일보

"나는 젊었을 때 글을 읽고, 글씨를 베끼었다. 별을 관측하고, 달을 보고, 점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기도 했다. 촛불을 밝히고 밤을 지새우며 마음을 쓰고 정력을 소비했다. 그래서 경서와 역사서,심성이기(心性理氣), 성음(聲音), 전예(篆隸), 도화(圖畵), 의약(醫藥), 상수(象數)일체와 구류백가(九流百家)에 대해 사색하지 않음이 없었다"

조선 유학자인 이재 황윤석(黃胤錫.1729-1791)은 말년인 1787년 자신이 살아온 학문적 삶을 되돌아보며 일기 '이재난고'에 이렇게 적었다.

당시 조선의 학자들이 여전히 성리학을 학문의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독서와 견문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박학을 추구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황윤석이 10세부터 63세에 죽기 이틀 전까지 54년간 쓴, 총 57권, 527만4천여자분량의 이 이재난고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일기 가운데 가장 긴 기간 쓰인, 최대 분량의 일기다.

조선왕조실록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조선 후기 지식인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보여주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박물학자였던 황윤석 학문의 특색을 보여주듯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초서로 쓰인 이재난고를 풀어 2004년 전체 10권 분량으로 출간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그 후속 연구 결과물로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 지식인의 생활사'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