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22 janvier 2008

"한국 지리학계의 일원이라는 게 부끄럽다" - 프레시안뉴스

[기고] 한반도 대운하, 왜 지식인은 침묵하나? 2008-01-15 오전 9:54:50

국내 5대 건설 기업의 한반도 대운하 컨소시엄이 구체적으로 구성되는 등 밀어붙이기식 진행이 발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시행됨으로써 발생할 침수 예정지 문화재 이전에 대한 비판과 지난 글에서 지적한 대통령 인수위 대변인 박형준 의원과 시민사회 위기에 대한 지적, 마지막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비판적 공간 담론에 대한 지식인의 침묵에 대한 지적을 하고자 한다.

문화재에 대한 저열한 인식 수준

한반도 대운하의 착공으로 예상되는 침수 지역에는 상당수의 문화재가 있다. 매장된 문화재의 발굴 작업도 문제지만 기존에 알려진 침수 위기 문화재의 단순 이전을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까 문화재의 장소를 바꾸는 것 또한 문화재를 손상시키는 것만큼이나 또 하나의 훼손이라는 의미다.

충북 제천 청풍면 충주호에는 '청풍 문화재 단지'가 있다. 이곳은 지난 군부정권 시절 4대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구축된 충주댐(1978년 시공)에 의해서 수몰된 지역 문화재를 한 곳에 모아둔 곳이다. 이런 수몰의 역사를 모르고서 방문한다면 사람들은 후덕한 인상의 석불, 충주호의 절경에 감탄사만을 연발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허름한 수몰 역사관이 있어 수몰 이전에 문화재가 있었던 위치를 알린다. 개발주의가 한창이던 시절의 실무 공무원도 문화재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은 있었던 것이다. 수몰 역사관에 표시돼 있는 수몰 이전 문화재 위치는 단순히 수리적 위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재가 위치한 고유한 장소의 흔적을 기억하게끔 하는 최소한의 미학적 장치다.

문화재 자체의 물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재가 위치한 문화 역사적 나이테가 켜켜이 새겨진 주변 환경도 문화재이다. 단순히 문화재 자체의 물적 가치밖에 모르는 촌스런 문화 인식은 제국주의 시대 침략국이 식민국에서 강탈한 신성한 제단으로 자신의 박물관 내부를 장식하거나, 도심에 오벨리스크를 세우는 것과 같은 싸구려 문화 의식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맥락을 보지 못하는 태도의 뒤에는 운하를 통해서 국토를 뒤집겠다는 자연에 대한 자본의 정복 욕구가 있다. 요컨대 자연이 인간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발상이 변하지 않는 이상은 인간의 창작물인 문화재에 대한 이런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불도저' 이명박 당선인이 시장 시절 콘크리트 수조 - 흔히 청계천 복원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 조성에 이어 대통령이 되자마자 콘크리트 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거대한 콘크리트 댐을 짓겠다며 수몰지의 문화재를 옮긴 것과 단 1㎜의 차이도 없다. 무려 3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