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30 janvier 2008

사회적 대타협을 외면하는 진짜 이유 - 교수신문

2008년 01월 29일 (화) 12:02:11 이채언 / 전남대·경제학 editor@kyosu.net

『한국경제 제3의 길』 김형기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006 | 286쪽 | 2만2천원
『자유시장을 넘어서』 김윤태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007 | 368쪽 | 2만3천원

여기 두 권의 책이 있다. 김윤태의 『자유시장을 넘어서』와 김형기의 『한국경제 제3의 길』이다. 두 책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와 사회민주주의적 복지체제, 혁명적 사회주의체제 모두를 배격한다는 점에서, 또 그 대안으로 ‘사회통합적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강조점에서는 두 사람이 약간씩 다르다. 김윤태 박사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방면에 걸쳐 노사정 3자의 참여와 발상의 전환 및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김형기 교수는 경제부문에서의 사회타협과 통합을 특히 강조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노동자측의 이해와 양보를 가장 아쉬워하며 책 전체의 2/3를 노동운동의 혁신을 강조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이 두 책을 보고 느낀 첫인상은 ‘참 안 팔리는 책이겠구나, 인기가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지하철역 구석에 권당 천 원씩의 땡전처리용이면 혹시 팔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두 책은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적이 있는 사회적 통합모델을 뒤늦게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실현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나라들에서는 누가 주체가 돼 어떠한 역사적 조건에서 그러한 통합을 이끌어 냈는가에 대해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진정으로 연구할 것은 빠트린 채 우리도 저들처럼 사회통합만 이룩한다면 달성할 수 있게 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혁신적인 내용을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분은 그런 통합을 주선할 의지와 비전을 가졌다고 스스로 자부해 그럴지 모르나 정작 두 분의 중재에 초대돼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할 당사자들은 오히려 외면해버릴 것 같아 송구스럽다...

...물론 이 책들의 연구가 아주 쓸모없는 건 아니다. 내 생각에 이분들의 연구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있다면 북쪽의 김정일 위원장일 것 같다. 민족의 대통합과 통일을 이루려면 남쪽더러 무조건 북쪽을 따라오라 할 수도 없으니까 남쪽의 자본가와 노동자를 전부 같은 품에 안을 수 있는 사회대통합 모델을 바로 김형기 교수나 김윤태 박사 같은 분의 연구에서 찾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북의 주도로 일방적 통일이 이뤄질 경우에나 해당되는 얘기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이보다 더 가능성이 희박할지는 모르지만 남쪽에서 노동자들이 혁명에 성공해 세계시장을 상대로 개방체제를 유지하게 될 경우에도 물론 두 분들의 연구가 빛을 발할 것이다. 노동자들만의 힘으로는 대외개방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자본가들의 노하우와 경륜, 지식을 필요로 할 터이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이 꾸는 꿈은 단순한 꿈으로 그치지만 여러 사람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지 않은가. 두 분의 꿈을 여러 사람도 같이 꾸게 되면 노동자들의 계급혁명이 성공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바로 그 때가 되면 노동자 계급독재에 의한 혁명적인 사회대통합이 두 분의 가르침대로 이뤄질지 모른다. 그때쯤이면 국내 자본가만이 아니라 외국의 자본가까지도 우리의 사회적 대통합을 위한 대화상대방으로 초대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큰 규모로 전세계 자본가계급과 전세계 노동자계급 간의 인류사회 전체의 대타협과 대통합을 이룰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 때 비로소 두 분의 연구가 빛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채언 / 전남대·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