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0 novembre 2008

현역장군 ‘대동아 망령’에 일본 ‘식은 땀’ - 한겨레 / 2008-11-2

현역장군 ‘대동아 망령’에 일본 ‘식은 땀’
다모가미 항공막료장 망언 파장 확산
아소 총리, 즉각 해임해 조기 수습 나서
요미우리 “현역 군인 교육·인사 강화해야”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식민통치를 노골적으로 미화한 일본 항공자위대 최고책임자 다모가미 도시오 항공막료장(60) 망언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망언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현역 군인의 망언은 이례적이어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에 주는 충격파가 크다. 침략전쟁을 주도한 옛 일본군의 정신구조가 아직도 일부 자위대 최고책임자에 남아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방중한 아소 다로 총리가 일본의 침략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아시아 주변국에게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발표한 뒤 이런 망언이 나오자 곤혹스러워하며, 지난달 31일 다모가미 막료장을 즉각 해임해 조기수습에 나섰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1일 “항공자위대 최고책임자의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발언은 용서할 수 없다”며 “아시아 여러나라에 장래에 일본이 무엇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5일 신특별법 개정안을 심의중인 참의원 외교위원회에서 다모가미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경위를 따질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인도양 급유활동을 연장하는 신테러대책특별조처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한층 어려울 전망이다. 극우 <산케이신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도 문민통제의 허점을 크게 지적하고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사설에서 “논문은 사실오인이나, 많은 역사가들이 채용하지 않은 견해가 눈에 띄는 등 조잡한 내용이다”면서 “제복조(현역) 자위관 관리의 교육과 인사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문민통제의 존재방식이 의문시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조차 문민통제의 단어를 꺼내는 배경에는 옛 일본 군부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한 결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 근현대사에 정통한 작가 한도 가즈도시(77)와 호사카 마사야스(69)는 최근 출간한 대답집 <쇼와를 점검한다>에서 “도고시게 노리 외상도 회의에서 ‘이래서는 외교를 할 수 없다’고 주뼛주뼛 말하자, 해군군령부 차장인 이토 세이치가 ‘그건 군통수권’에 관련된 것이라고 호통을 치다가 12월8일 진주만을 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면서 옛 일본군의 전횡를 고발했다.

다모가미는 지난 4월 항공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은 위헌 요소가 있다는 고등재판소 판결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등 자위대에서도 거침없는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민간기업의 논문헌상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의 문제가 된 논문 ‘우리는 침략국가였는가’는 “우리 국가가 침략국가였다는 것은 정말로 누명”이라며 “대동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인류평등의 세계가 오는 것은 100년, 200년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