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dredi 21 novembre 2008

[기자수첩] 여성 공무원은 아직 호주(戶主)시대 - 조선일보 2008-11-18

[기자수첩] 여성 공무원은 아직 호주(戶主)시대
김윤덕·엔터테인먼트부 sion@chosun.com

"나이든 아줌마 공무원들은 계속 호주(戶主)시대에 살란 말인가요?"

여성 공무원 사회가 시끌하다. 행정안전부가 일부 개정,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입법예고한 '공직자 윤리법' 때문이다.

개 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4급 이상 기혼 여성 공무원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한다. 지금처럼 시부모 재산을 신고하는 게 아닌, 자신의 친정부모 재산을 신고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의 4급 이상 여성 공무원들은 종전대로 시부모 재산을 계속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이는 법 개정의 근본 취지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애 초 공직자 윤리법(제4조 제1항)이 개정 대상이 된 것은 호주제가 폐지되고 이를 대신할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되면서다. 호적과 달리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에서는 자신의 친정 부모를 '부모'로 기재하는 만큼, 공직자의 재산 신고도 자신의 직계존속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성(性)평등적이고 새로운 법 체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유독 기존 4급 이상 여성 공무원들은 예외일까? 행안부는 "호주제가 폐지됐어도 결혼한 여자는 시댁과 가깝다" "젊은 여성들은 몰라도 나이든 여성들은 시댁 의존도가 크다" "행정비용 절감" 등 현실론을 펼친다. 하지만 내년에 4급이 되어 신규등록자가 되는 45세 여성 공무원과 현재 4급인 35세 여성공무원 사이의 세대 차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남녀 공무원 16만여명 중 개정안 때문에 서류를 바꿔야 할 공무원은 8000여명뿐이라 막대한 행정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한 여성 공무원은 혀를 찼다. "서류 바꿔 재등록하려면 우리도 솔직히 귀찮다. 하지만 번거롭다고 국민 합의 아래 만든 법의 정신을 거스르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공무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