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0 novembre 2008

佛 갔던 조선의 고지도들 - 문화일보 / 2008-11-11

佛 갔던 조선의 고지도들, 문화재청 고지도 학술대회

“과학 기술은 계속해서 동양의 모든 나라들을 손아귀에 넣고 있지만 한국만은 유일하게 예외적이다. 한반도는 그 역사가 아시아 연대기 중 가장 오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금은 제일의 전략적 위치로 인해 극동 아시아의 주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전 세계의 여러 가지 민속학적 문제에 대한 결정적 해결 방안이 이 한반도에 대한 지식에 달려있는 만큼 이 일은 더욱 더 유감스럽다.”

1868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의 지리와 역사에 관하여’라는 책을 출판한 레옹 드 로스니가 자신의 책에서 토로한 말은 19세기 서구 열강에 ‘은자의 나라’ ‘신비의 나라’로 불렸던 조선의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루이 16세의 후원을 받은 라페루즈(1741~1788) 원정대가 서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동해를 통과한 뒤 제작한 세계지도 속에 조선을 등장시킨 이래 지도와 서책 등 한국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려는 프랑스인들의 노력은 집요하게 진행됐다.

지난 7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우리 옛 지도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엄 ‘조선인이 그린 조선과 세계’에서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의 피에르 캄봉 큐레이터는 ‘프랑스 소재 조선지도 연구’란 발표를 통해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과 기메동양박물관에 소장된 우리 옛 지도와 함께 라페루즈 원정대 제작 조선지도 등 조선이 등장하는 서양지도를 비교,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옛 지도 일괄공모를 통한 조사 지정’ 사업의 의미를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학술심포지엄을 위해 캄봉 큐레이터는 지난 8월 양보경(지리학) 성신여대 교수와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의 이난영 학예연구관 등과 프랑스 현지에서 17세기 초(1637~1644)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지도(輿地圖)’ 등 17점의 다양한 지도를 조사했었다.

캄봉 큐레이터는 이날 발표에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조선전도 4점을 소개했다. 모두 파리국립도서관 지도실에 소장된 것으로 ▲예수회에서 1720년 제작한 한반도 지명을 만주어로 표기한 조선전도 ▲김대건 신부가 조선으로 귀국한 지 1년 남짓 지난 1846년 제작했다는 조선전도 ▲순 우리말 지명 표기에 프랑스어 표기가 병행된 19세기 조선전도 ▲‘해좌전도(海左全圖)’가 원래 명칭인 19세기 조선전도 등이다.

19세기 순 한글 전도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드문 데다 프랑스어가 병기된 것은 서양인들이 한국지도를 수집·활용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순 한글 전도와 ‘해좌지도’가 원래 명칭인 조선전도 두 점에는 울릉도 바로 옆에 우산도(독도)가 그려져 있어 독도문제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캄봉 큐레이터가 발표한 프랑스 소재 우리 고지도들은 구한말 때 한국을 여행했던 인류학자인 샤를르 바라(1843~1893)나 서울 주재 전권공사였던 콜렝 드 플랑시(1853~1922) 등이 수집했던 것들이다. 기메박물관 한국실 소장 ‘평양도’와 ‘세계지도(곤여만국전도)’가 바로 플랑시와 바라가 수집한 대표적인 우리 고지도다.

문화재청이 전국에서 옛 지도 일괄 공모 및 추전을 받아 조사한 고지도는 모두 196건. 이중 8건이 보물로 지정됐고 29건이 최근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