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12 novembre 2008

‘미수다’ 100회, 미녀들의 수다 속에 녹아든 한국 사회 모순 - 스포츠서울 / 2008-11-3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11월 3일 100회를 맞았다. 2006년 10월 7일,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후 2년이 지났으며 43개국에서 총 86명의 미녀가 출연했다.

‘미녀들의 수다’는 이국의 미녀들이 출연해 한국 말로 수다를 떠는 독특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보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가끔 서툰 한국말과 표현법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민감한 문제도 솔직하게 말하며 논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보고 느낀점을 솔직하게 털어놔 우리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모순을 고쳐나가는 데 큰 역할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100회에서는 원년 토크 멤버와 현 멤버들이 총 출동해 미녀들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유창한 한국어로 사랑 받았던 따루(핀란드)와 레슬리(미국), 결혼 후 인도로 돌아간 모니카, 자밀라(우즈베키스탄), 일본에 취업한 준코 등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함께했다.

100회 특집은 ‘미녀들’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제였다. 출연진은 직접 투표한 설문 조사를 토대를 이야기를 풀어갔다. ‘미녀들의 수다’ 멤버중 가장 텃새가 심한 멤버로는 캐서린(뉴질랜드)이 뽑혔다.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5위를 기록한 준코는 낯가림이 심해 ‘무섭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미녀 5위로는 사유리가 뽑혔다. 4차원 매력을 뽐내고 있는 사유리를 두고 멤버들은 “실제로는 영어도 잘한다. 방송 끝나면 똑똑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사유리는 “캐릭터 있어야 계속 방송 나오니까 연기하는 것이다”고 말해 웃음을 샀다.

한국남자를 많이 만났을 것 같은 멤버 1위로는 자밀라가 뽑혔다. 자밀라는 섹시하고 요염한 자태로 ‘미녀들의 수다’ 게스트 뿐만 아니라 MC 남희석의 시선까지 사로 잡았다. 아비가일(과테말라)은 “자밀라 오고 난 뒤 MC와 게스트가 계속 자밀라만 쳐다봐서 화났다”고 토로했다. 이에 남희석은 “새로운 멤버가 나오면 항상 똑같이 신경쓴다”고 변명했지만 미녀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못했다. 2위를 차지한 따루는 “이제는 한 남자 밖에 모른다. 내년에 결혼한다”고 밝혀 축하를 받았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그동안 화제가 됐던 미녀들의 발언을 되짚어 봤다. 베트남 출신 흐엉은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세요, 마음에 안 들면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보고 “베트남 사람, 상품 아닙니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그런 문구가 많이 사라졌으며 흐엉은 “한국 사람 만나서 미안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준코는 대학 교수에서 “같이 자면 무조건 A 학점 주겠다”는 성희롱 들었고 결국 뒤늦게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강사는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당했다.

원터(미국)는 친구가 강도를 만나 치료차 병원에 들렀는데 매춘부로 오해 받기도 했다. 메자(에티오피아)는 “대학 졸업하고 이력서 냈는데 최우수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거절 당했던 적 있다”며 한국에서 인종차별 겪었던 일화를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외국인을 향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깨닫고 환기시킬 수 있었다. 최근에는 따루, 레슬리 등을 이을 걸쭉한 입담꾼이 보이지 않고, 토크 주제도 점점 미녀들의 신변잡기로 흘러가지만 2년 동안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기대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