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0 novembre 2008

친권제도에 멍드는 한부모 가정 - 아시아투데이 / 2008-11-18

[ⓒ '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
탤 런트 최진실씨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녀의 ‘친권부활제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한부모(싱글맘, 싱글파파) 가정과 자녀들의 행복추구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성민 친권회복’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법적 맹점이 대두되자 다양한 형태의 친권 남용 사례도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0월까지 친권 상실을 청구하거나, 친권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은 180여건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조성민 친권부활’을 반대하는 네티즌 모임인 ‘조성민친권반대카페 (http://cafe.daum.net/choijinsil123)’에는 3일 만에 70여건이 넘는 친권 관련 부당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회원수가 1만6000명에 이르면서 친권회복 반대 서명도 5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은 혈연 중심의 법은 보완 내지 수정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례 1- 카페 회원인 한 여성은 친권부활제도로 인해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아버지와 살고 있는 자신의 조카 얘기를 털어놓았다.
12년 전 이혼한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동안 조카를 만나러 온 적도 없고, 양육비 한번 주지도 않았던 조카 생부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나타난 것이다.
사고 피해보상금 5천만원과 사망보험금 2억원을 노린 행동으로 보였지만 변호사로부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답한 소리만 들어야했고, 억울했지만 조카와 보상금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 카를 보내고 매일 눈물로 지새우는 가족들은 조카가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생부는 잘 지낸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할수없이 조카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면 조카는 한사코 데려가 달라고 울기만 했다는 것. 생부는 조카 몫인 유산이 있음에도 학원에도 보내지 않는 등 교육이나 양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조카의 행복을 위해 양육권만은 가족들이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사례 2 - 남편의 외도로 이혼해 중학교 1, 2학년 아이들을 홀로 키운다는 한 40대 여성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친정어머니한테 돌려놓았다. 그는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이 모두 그 나쁜 사람한테 간다니 억울하고 분해서 모든 재산을 친정엄마한테 돌려놨다”며 “죽어서도 행복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인 허수경씨는 “최진실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부모는 아플 권리, 죽을 권리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현행 친권 관련법 하에서 한부모 가정의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현 행 친권 제도는 이혼 등으로 친권을 포기했더라도 또 다른 전 배우자가 사망했을 시 친권이 자동으로 부활하는 판례를 따르고 있다. 새로운 친권자가 과거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등 문제가 있어도 친권은 자동적으로 회복되며, 문제가 발생해도 사후에야 친권을 상실시킬 수 있다. 친권을 상실하는 사유도 아주 엄격하게 정해 놓고 있어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때나 다른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행사가 제한된다.
실제 어머니의 죽음으로 친권자가 된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던 아이가 보호기관으로 격리 보호됐다가도 다시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5년 법률개정으로 친권에 있어 아이들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항이 추가되었지만, 아직 관련 조항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상을 모두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 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11.4%인 142만 가구가 한부모 가정인 것으로 나타나 변화된 우리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사례들처럼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친권은 역사적으로 가부장제를 바탕에 두고 있어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된 여성이나 재혼 여성들, 그리고 그 자녀들에게 무거운 멍에가 되고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 경우 재혼한 뒤 자녀들을 현 남편의 ‘친양자’로 올렸다. 그렇지 않으면 김씨가 사망한 뒤 자녀들의 친권이 자동으로 전 남편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 남편이 언제든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친권 문제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실제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재혼한 30대 주부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친양자 취소 소송을 당했다. 전 남편은 아이의 친권을 주장하며 양육권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소송도 고민이지만, 친부의 존재를 알게 될 아이가 상처받을까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친권자가 아닌 조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녀 사망 시 재산권을 하나도 가질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실 제 최진실씨의 어머니 정씨는 딸을 대신해 살림을 하고 두 자녀를 키우는 등 재산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정씨의 재산형성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정씨가 조성민씨에게 친권 상실 청구를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성민씨와의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현재로선 ‘제로’다.

최영희 민주당 제5정조위원장은 친권자동부활제도와 조부모 등 제3자 재산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후 “한부모 가정의 행복, 그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최진실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 기자 jj@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