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5 mai 2009

[Cover Story] u시티 개발 열풍 - 조선일보 / 2009-05-15

사람·사물·센서 하나로… 미래도시 'u시티'가 온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를 이끄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 시스템즈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에 'u(ubiquitous) 시티' 관련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 투자하는 액수는 5년간 20억달러(2조486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글로벌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GE·오티스엘리베이터도 송도 국제업무단지 u시티 개발을 맡은 게일(Gale) 인터내셔널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협의 중이다.

u시티가 송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통신망 구축을 담당할 KT와 SK텔레콤은 송도뿐 아니라 판교·동탄·파주와 같은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u시티 건설에 참여한다고 속속 발표했다. 서울·부산·안양 등 30여개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시 기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취지로 u시티를 내세우고 있다.

u 시티가 도시 개발과정에서 거대한 아이콘(icon)으로 뜨고 있다. u시티란 모든 사물과 사람이 센서와 네트워크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구현된 도시를 말한다. 한마디로 IT인프라를 이용해 생활편의성을 높인 미래도시다. u시티가 뭐기에 이토록 관심을 받는 것일까?

◆시스코·MS 등 다국적 IT기업이 눈독 들이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571 만㎡(170만평) 규모로 예정된 송도 국제업무단지. 허허벌판 속에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포스코 더 퍼스트 월드' 주상복합건물을 방문했다. 이곳을 안내한 u헬스 시스템 기업 유라클 이재학 과장이 집 안에 설치된 혈압·체성분 측정기에 올라섰다. 곧바로 거실 TV화면에 수치가 나온다. 처음 잰 날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막대그래프로도 볼 수 있다. 이 과장은 "이 수치가 자동으로 단지 내 헬스케어 센터에도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센터는 입주민의 건강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입주민의 건강상담을 진행한다.

이곳 주상복합 입주민들은 입주자 전용 차량 내비게이터를 한대씩 받았다. 대전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집 가스 밸브가 잠겨 있는지 궁금하다면 내비게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가스 밸브를 잠글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집 안 조명이 켜져 있는지 체크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다.

게 일 인터내셔널 이상민 부장은 "이건 아직 맛보기"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가정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원격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다. 외출할 경우 집을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주상복합 근처 버스 도착시각도 집 안에서 점검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무단지 일부 빌딩에는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여유 주차 공간으로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u 시티의 클라이맥스는 도시를 구성하는 빌딩 전체를 제어하는 중앙관제센터다. 송도의 경우 LG CNS·시스코·KT 같은 IT회사들이 주축이 될 예정이다. 예컨대 어느 빌딩에서 가스누출이나 화재가 일어날 경우 중앙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발견하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빌딩 혹은 아파트 가구마다 에너지(가스·전기·수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무선 통합(FMC)망 구축도 진행될 예정이다. KT가 책임지는 것으로, 건물 내부의 인터넷망과 이동통신망을 연동한 유무선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말한다. 휴대폰 한 대로 실내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외부에서는 이동전화로 이용이 가능하다.

송도 u시티는 오는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시스템 통합관리업체인 유라이프 허정화 이사는 "일본 오사카·스페인 사라고사·핀란드 헬싱키 등지에서 u시티를 준비 중이지만 IT인프라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능화되는 교통시스템

지 방자치단체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안양시가 대표적이다. 안양시청 7층에 지난 3월부터 u통합상황실이 생겼다. IT서비스업체 LG CNS가 기존의 버스정보시스템과 방범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대민(對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상황실은 안양시 주요 도로에 깔린 100만 화소 이상 디지털 CCTV 카메라·가변정보표지판(운전자에게 정체구간이나 사고지점 등 교통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정보판)·교통정보 수집제공 장치·첨단신호제어시스템 등을 총괄한다. CCTV와 검지기를 통해 수집된 교통량 정보를 기반으로 신호주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첨단신호 제어시스템도 갖췄다.

교통정보가 바로 방범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내 221개 소 감시망(CCTV)을 통해 뺑소니와 같은 범죄 도발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추적한다.

안양시의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주관하는 LG CNS의 u엔지니어링사업본부장 김도현 부사장은 "교통과 관련한 사회적인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때까지 IT기술이 끊임없이 접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재해·환경오염 방지 시스템도 IT인프라와 접목

부산시 의 경우 풍수해·지진·해일정보 예보·경보, 취약지역 CCTV, 터널모니터링과 같은 방재관련 시스템과 인프라를 통합하는 관제센터를 구축 중이다. 침수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동래구·북구·해운대구의 배수펌프장 3개소에 무선인터넷을 적용한 원격관리시스템을 시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울산 태화강 환경보호를 위해 도입한 u시티 기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울산시는 2007년부터 수질·수위·유속 측정을 통해 태화강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GIS(지리정보시스템·지리공간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네트워크 카메라·무선네트워크 기술 등이 적용됐다. 이를테면 태화강 주변에 설치된 GIS기반 네트워크 카메라를 통해 수질·대기오염 경보 발령 시 오염원에 대한 영상추적을 하는 식이다.

◆u시티란 말에 실체가 없다?

IT 인프라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u시티란 말에는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의 도시는 IT인프라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중앙집중 관리식으로 변모하는데, 마치 u시티가 지금 세상과 다른 별천지로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u시티가 도시 개발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혹평이다.

임주환 한국디지털케이블 연구원장은 "홈네트워크·빌딩관리·도시인프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벽한 u시티 건설은 100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열풍에 휩쓸리기보다 경제성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①BcN(광대역통합망) 현재의 통신망보다 용량이 50배나 커서 인터넷·전화·TV를 하나의 회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u시티의 핵심 인프라다.

②LED정보게시판 종이를 붙이던 지역정보게시판을 LED(발광다이오드)화면으로 바꿨다. 날씨와 뉴스·각종 지역생활정보를 보여준다.

③LBS(위치기반서비스) 이용자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는 주변의 맛집 정보가 휴대폰으로 들어온다.

④WIBRO(휴대인터넷) WCDMA(3세대이동통신) 유선 환경에서 BcN을 통해 전송한 대용량 콘텐츠를 휴대폰·넷북 등 이용자가 갖고 다니는 휴대형 기기로 보내준다.

⑤CCTV u시티는 고해상도의 CCTV 카메라를 도시 곳곳에 설치해 범죄를 예방하고 교통위반을 단속한다. u시티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비다.

⑥USN(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 도시주변의 각종 센서(감지기)가 측정한 대기(大氣)의 상태와 수질 오염도 등의 정보를 모아서 메인시스템으로 전송해준다.

⑦RFID(전자태그) u시티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의 이름표다. RFID가 붙은 시설물에 다가가면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떠서 편리하다.

⑧GIS(지리정보시스템) 지도 정보를 기반으로 시설물을 관리한다. u시티의 GIS는 3차원 입체 지도 형태여서 맨홀 깊숙한 곳의 시설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