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4 mai 2009

미네르바 현상: 병든 한국사회 징표 / 독립신문 / 2009-04-22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는 사회가 분업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분업화가 되었다는 것은 각 분야에 전문가가 존재하여 각 개인이 모두 각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 견해를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가 세분화 되어 있는 전문 영역의 지식을 모두 다 배울려면 평생을 공부만 하여도 모자란다. 각자가 일을 나누어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의 수준을 한껏 높여 사회전체가 그리고 각자가 전문화의 덕을 볼 수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그런데 사회가 전문화되지 못한 원시시대에는 전문가 행세를 한 사람들이 바로 점쟁이들이다. 이들은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도 세상사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였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점쟁이를 찾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소위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단골 점쟁이를 두고 있다는 것도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매사 로또처럼 찍어서 운을 시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경제 분야를 다루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특정 성향의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글들일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그것이 한 때 그의 예측이 맞는 것처럼 보이자 그는 마치 ‘경제 대통령’처럼 우상화되었다. 물론 특정 포털 사이트의 특정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이 그를 신화적 존재로 승격시켰다. 그가 신적 존재로 승격되는데는 물론 한국의 정상적 언론인들이 한 몫 했다. 그의 글을 마치 정상적인 경제 평론이나 되는 것처럼 인용하고 기사화하고 신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 분야에 대해 권위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배경이 없다. 전문가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며 그 많은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정말 자격 있는 경제 평론가라면 숨어서 익명으로 글을 올릴 이유가 없다. 정말 한국 경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충고를 하고 싶었다면 더더욱 익명으로 글을 올릴 이유가 없다. 그는 익명의 뒤에서 마치 점쟁이가 점을 치듯 책임 없는 글을 마구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격도 없는 그가 한 때 경제 대통령이란 별명까지 들으며 우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지금 깊게 병들어 있다. 바로 국가에 대해 반역을 하면서도 마치 그것이 ‘진보’인양, 또는 ‘평화’이며 ‘통일’인양, 그리고 마치 성스러운 일을 하는 것처럼 자기기만과 자기도취에 빠진 친북좌익반역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로 인해 사회의 모든 상식이 무너져 버렸다. 이들은 검은색을 흰색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마치 진실을 말하고 있는 양, 또는 자신들의 말이 진리인 양 떠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바로 반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찬성하고 부풀리고 신격화 한다. 미네르바는 바로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위선과 거짓 세력이 우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멀쩡하여야 할 언론인들이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판단력이 흐려져 있어 이런 가치 없는 글이 마치 대단한 평론이나 되는 것처럼 부풀려 놓았다는 사실이다. 검찰과 법원도 이들의 부풀리기 놀음에 놀아나 미네르바가 마치 대단한 사회적 악인 것처럼 취급하였다. 이 세상에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 마디씩 하는 점쟁이들의 발언이 아마 그의 글보다 더 선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큰소리를 친 점쟁이를 검찰에서 고소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미네르바라고 하는 무시해도 좋은 한 네티즌을 구속하여 수사하고 재판까지 하였으나 무죄로 석방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어찌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이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옳고 그름에 대해 올바로 판단할 능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대중의 덧없는 휩쓸림에 사회전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바로 건전한 상식을 마비시킨 친북좌익반역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휘둘리는 이 나라의 언론인들이 가치가 없는 논쟁을 크게 부풀리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KBS 라디오에서 그 미네르바란 사람과 인터뷰하는 것을 들었다. 라디오 진행자는 그에게 현재 한국 경제가 어떠하냐고 물었다. 바닥을 친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세상에 이런 질문이 어디 있는가? 그가 경제 전문가인가? 한국에 익히 알려진 경제연구소도 많고 경제학자도 많으며 경제 관료도 많은데 그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바로 그에게 점을 쳐달라는 주문으로밖에 안 들린다. 아무리 공적 자원으로 운영하는 KBS라지만 이런 식으로 전파와 시간을 죽이는 것은 사회의 악이다.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정직한 사람은 숨는다. 난세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장 혼란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이런 난세를 바로 잡으라고 국가를 세웠고 정권을 만들었다. 정권 담당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점쟁이들이 날뛰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 한 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 세상이다. 그러나 제대로 살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존중한다. 전문가의 의견이나 점쟁이의 의견이 동일시된다면 마치 항법장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아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제발 정부가 제 역할을 다 해주기 바란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 http://blog.chosun.com/cchun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