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5 mai 2009

[사설] 황석영씨의 左派 비판과 中道 선언 / 쿠키뉴스 / 2009-05-14

문화계 좌파 세력의 좌장 격인 소설가 황석영씨가 그제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 수행기자들에게 국내 좌파 운동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황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따라나선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아예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자신의 달라진 현실 인식을 개진했다.

그는 '한국의 좌파는 핀란드의 보수 같다'는 국내 체류 핀란드인의 말을 인용하고, 앞 정권에 대해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등을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 정권이냐"고 비판했다. 또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을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한국 좌파가 제대로 된 좌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좌파의 활로에 대한 처방을 내놓는 대신 자신이 2005년부터 중도론자라면서 현 정부에 "큰 틀에서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보수 우익이 아니라 중도실용 정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씨는 과거 여러 차례 밀입북하고 북한으로부터 달러를 받아 쓴 죄로 수형 생활을 했다. 석방 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반 이명박 진영에 섰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비정규직이며 청년실업 등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해 "고전적 이론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며 좌파 이론을 버리고 중도실용의 방법으로 접근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 두고 노회한 문사의 달변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황씨는 민족의 진로에 대해 나름대로 몸을 던졌다. 그런 경험이 세월의 발효를 거쳐 숙성되면서 깨달음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에선 노인이 청년의 공박을 받게 마련이다. 황씨의 발언을 두고 좌파 진영의 후배 세대에선 벌써 '변절' '전향' 운운하며 욕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황씨보다 더 짙게 고민했다고는 할 수 없다. 체험이 부족하면 관념이 앞장서게 마련이다. 선배 세대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체득한 식견과 통찰에 귀를 기울여 보는 상식이 좌파에게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