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8 mai 2009

전국역사학대회 반세기만에 분열 기로 / 연합뉴스 / 2009-05-10

전국역사학대회 반세기만에 분열 기로, 한국사연구회.한국역사연구회 불참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한국 역사학계의 '학술올림픽'에 비견할 만한 연례 학술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가 출범 반세기 만에 분열의 기로에 섰다.

11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오는 29-30일 서울대에서 역사학회(회장 노명호) 주관으로 열리는 제52회 전국역사학대회에 한국사연구회(회장 조광)와 한국역사연구회(회장 한상권) 두 단체가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두 단체는 한국사부ㆍ서양사부ㆍ고고학부ㆍ과학사부ㆍ역사교육부ㆍ미술사부ㆍ경제사부 등으로 나뉜 패널 중 한국사부에 참여하는 학회로 다른 역사 관련 학회에 비해 회원 수가 많고 이른바 진보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참은 역사학대회의 위상 자체를 흔들고 있다.

두 학회가 명목상 내세우는 불참 이유는 역사학회의 독점적인 행사 운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사연구회 관계자는 "역사학대회는 관련 학회가 돌아가면서 주관하다가 2000년 이후 역사학회만이 주관하는 행사로 고착화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역사학대회가 파행을 빚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연말에 터져 나온 정부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방침이 결정적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검인정인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에 좌편향적 내용이 많다면서 교과서 집필자들과 출판사에 대해 수정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를 비롯한 20여개 역사학 관련 단체들은 이런 압박이 검인정교과서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 움직임을 조직화했고 반대성명까지 냈다.

이 단체들은 역사학회에 대해서도 동참을 요구했지만, 역사학회는 거절했다.

이에 더해 역사학회의 주축을 이루는 일부 중진학자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교과서 개편 움직임에 동조하거나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의견들을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역사학회 측도 역사학대회 '독점' 운운하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역사학회의 한 관계자는 "역사학대회는 무엇보다 역사학회가 시작한 데다, 2000년 이후 역사학회 주관행사로 변경된 것도 대회 개최에 따른 업무 가중 등을 이유로 다른 학회가 기피했기 때문이지 역사학회가 무슨 이득을 바라고 독점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 불참을 선언한 두 학회는 역사학대회 불참 결정이 우선은 올해만 해당하는 '일시적 방침'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올해 역사학대회는 여느 해보다 맥 빠진 모습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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