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5 mai 2009

미네르바 "한국사회에 환멸..이민가고 싶다" / 연합뉴스 / 2009-05-17

"한국 사회의 광기를 목격했다. 한국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 이민을 가고 싶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인터넷 논객 박대성(31) 씨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16일자에서 '온라인 금융 예언자, 현실 사회에서 비방받다'라는 기사를 싣고 신원이 밝혀진 이후 현실세계에서 비판받고 있는 박씨의 심경 고백을 전하면서 '미네르바 사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명했다.

온라인 살해 협박과 기자들을 피해 현재 서울 모처에 은신 중인 박씨는 지난주 NYT 기자를 만나 자신이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0년 전 한국사회가 겪은 외환위기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1998년, 친구의 부모님이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을 목격한 후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학을 독학해 오던 중, 환율이 치솟는 것을 보고 외국 유학 중인 자녀를 둔 사람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모호한 언어로 경제 전망을 밝히는 오프라인 분석가들과는 달리, 나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비판할 때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서 "익명성은 인터넷 소통의 기반이자 촉진제"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해 제기된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박씨는 "만약 내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면 사람들은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며, 사법 당국에 체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면서 "현실 세계로 나온 이후에는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게 남은 건 사람들의 비난밖에 없다. 처음엔 보수주의자들이 나를 공격했고, 나를 지지하던 진보주의자들은 내가 그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자 나를 버렸다"면서 "내가 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 다시는 한국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박씨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미네르바 사태'가 한국 사회의 온ㆍ오프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간극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선동적이고 거친 표현도 자주 등장할 만큼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고 있는데 미네르바의 등장을 계기로 온ㆍ오프라인 문화가 충돌하면서 이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한국 사회가 인터넷 사용률이 매우 높은 사회이면서 정파간 대립도 심한 곳이어서 '미네르바 사건'의 파장이 더 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