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1 mai 2009

길, 박물관에 들어가다 / 한겨레 / 2009-04-27

경북 문경 ‘옛길 박물관’ 개관
옛 지도·봇짐·기행문 등 전시

조선시대에도 출장 명령서가 있었고, 자동차처럼 말에도 연식이 있었다. 옛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괴나리 봇짐 안에 무엇을 지니고 다녔을까. 과거 합격의 영광과 금의환향, 낙방길의 시름은 어떤 것이었을까. 국내에서 유일한 길 전문 박물관인 경북 문경의 ‘옛길 박물관’(oldroad.go.kr)에 오면 이와 관련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문경시가 28일 문을 여는 옛길 박물관은 문경새재 도립공원 안에 있다. 1997년 문경새재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가 최근 총 사업비 40억원을 들인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길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 옛길 박물관에 전시되는 조선 말 지금의 문경새재 일대를 그려 놓은 지도인 〈조령진산도〉. 사진 문경시 제공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의 소통로였던 문경은 고갯길의 대명사인 문경새재와 가장 높은 고갯길인 하늘재, 그리고 한국의 차마고도라 말할 수 있는 토끼비리, 영남대로의 주축 역할을 했던 유곡역 등이 있는 문화 지리의 보고다. 옛길 박물관은 이런 문경의 정체성과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각종 문화상을 보여주기 위해 건립됐다.

전시실에는 선비의 과거 길을 연상케 하는 괴나리 봇짐과 봇짐 속의 좁쌀책, 호패, 휴대용 옛지도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조선의 10대 도로, 옛 지도의 제작, 운송도구, 이중환의 <택리지>(필사본)도 구경할 수 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