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5 mai 2009

식민지 일본어교과서 번역한 교수들 - 연합뉴스 / 2009-05-20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일제 식민지 때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아동 교육을 위해 편찬했던 일본어 입문 교과서가 전남대 등 지역 교수들에 의해 번역, 발간됐다.

주인공들은 전남대 김순전, 정승운 교수와 전주대 박장경, 광주대 김현석 교수 등 4명.

김 교수 등은 최근 '조선총독부 제1기 초등학교 일본어독본' (제이앤씨刊) 번역본을 선보였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총독부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일본어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고찰할 수 있는 자료로 일본의 식민지정치, 조선총독부의 정책, 학무국의 교육 제도와 교과서 편찬 등을 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본어 교육을 동화(同化)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당시 한국 근대화 과정에 스며 있는 일본문화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 책의 대표적인 특징은 ‘띄어쓰기’를 허용했다는 점인데 본래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지만 모국어(母國語)를 달리해 처음으로 일본어를 접하는 조선 아동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 책이 활용됐던 1910년대에는 역사, 지리 교과서가 없었기 때문에 이 일본어 교과서에는 역사, 신화, 설화 인물, 천황, 인명,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 등이 많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이 밖에도 조선총독부는 박혁거세나 석탈해 등 신라왕들이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으로 건너왔다는 이른바 내선일체(內鮮一體)를 강조하는 등 역사를 끊임없이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전 교수는 19일 "일본 지도자의 끊임없는 과거 회귀 발언과 망언, 그리고 일본 신보수주의자와 뜻을 같이하는 한국 내 일부 우익인사 발언은 모두 이 일본어 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며 "그들의 교육과정을 자세히 분석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nic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