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4 mai 2009

한국전쟁 소재 책 펴낸 영국인 기자 앤드루 새먼 / 중앙일보 / 2009-04-22

“설마리 전투 영웅들 얘기 담았어요”

영국 런던시 남부에 있는 한 주택가엔 ‘설마리(Solma-ri)’라는 이름의 집이 있다. 이 집의 주인은 샘 머서(Sam Mercer·80)라는 한국전 참전용사다. 58년 전 오늘인 1951년 4월22일, 임진강변의 설마리(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소재) 전투에 참가해 살아남았지만 한 쪽 눈과 한 쪽 다리를 잃고 귀향한 상이용사다. 그는 자신을 돌봐준 영국인 간호사와 결혼한 뒤 꾸민 보금자리를 ‘설마리’로 이름지었다. 21일 통화한 그는 “설마리는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2001년 설마리 전투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그 언덕을 다시 밟았는데, 모두 지프차를 타고 갔지만 나는 의족으로 걸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때 영국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활약했던 설마리 전투를 소재로 책을 펴낸 앤드루 새먼. 자신이 그린 설마리 전장 지도를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영 국인 기자인 앤드루 새먼(42)은 이 광경을 감명깊게 지켜봤다. 그는 97년 말 한국에 와서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에 서울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는 머서를 비롯해 많은 설마리 전투 참전용사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 전투의 이야기를 담은 책 『마지막 총알-임진강에서의 전설적인 저항』(가제)을 썼다. 이 책은 22일자로 영국에서 출판된다. 이 날은 설마리 전투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고, ‘런던 책 박람회(London Book Fair)’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새먼은 책 출판에 앞서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인 대니얼 고든과 함께 책의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했다”며 “책 인세로 받을 1만 파운드를 다큐멘터리 제작에 내놓을 생각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제작 지원비를 문의해봤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한국정부가 내놓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서 지원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은 세계적으로는 ‘잊혀진 전쟁’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잊겠다고 해서 없어질 수 없습니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도 이뤘고, 오히려 한국전쟁을 잘 활용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전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