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9 janvier 2009

[weekly chosun] "한민족은 단일민족 아니다!" - 조선일보 / 2009-01-10

[weekly chosun] "한민족은 단일민족 아니다!"
특집 | '종의 기원' 150년
유전자로 본 한국인
“북방계·남방계 등 두 가지 이상 유전자가 섞인 집단”
‘북방계 남성·남방계 여성이 결합’ 가설도 급부상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3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빙과학자 mystery123@korea.com

한국인이 한민족의 근거지인 한반도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단일민족’이라고 배워왔다. 실제 KIST유전공학센터가 한국인 40여명의 인슐린 유전자를 연구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혈통은 유전자적으로 80% 이상이 공통될 정도로 순수하며, 유럽인의 유전자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한국인의 유전학적 기원 역시 순수한 의미에서 하나는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한국인의 유전학적인 기원이 북방계와 남방계로 구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염색체의 유전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섞여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내지만,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라는 두 염색체는 뒤섞임 없이 한쪽 부모한테서 그대로 유전되는 특성을 지닌다. Y염색체는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만 유전되며, 미토콘드리아는 반대로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DNA를 ‘이브의 유전자’, Y염색체를 ‘아담의 유전자’라 부른다. 때문에 학자들은 이 두 가지 유전자를 분석해 한민족의 기원을 파악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김욱 교수는 Y염색체를 이용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한민족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고 70~80%는 북방계, 20~30%는 남방계이며 나머지는 유럽인 등 다른 그룹이 섞여 있다고 발표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북방계가 60~70%, 남방계가 30~40%라는 분석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경성제국대학의 해부학연구실에서는 한국인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유전적 기원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기록 역시 ‘한국인은 남쪽으로부터 이주해온 남방계와 북쪽으로부터 이주해온 기마민족인 북방계가 섞이거나 혼혈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 조사기록은 그 증거로 북쪽지방, 북한 사람들의 체형과 남한 사람들의 체형이 상당히 다른 점을 들었다.

북방계 70~80% + 남방계 20~30% + 유럽인 등 다른 민족
만주족과 가장 유사…중국 남부 묘족·베트남인과도 비슷

여하튼 한국인 집단은 동아시아인 집단 가운데서도 만주족과 가장 가까운 유전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중국의 일부 남부인(묘족 등)과 베트남인 등과도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한국인 집단은 적어도 두 가지 경로 이상의 다양한 민족 집단이 혼합과정을 겪으면서 형성됐으며, 유전적으로 볼 때는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민족은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방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남방계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또 북방계라 하더라도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모두 몽골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다. 김욱 교수는 “한국인의 Y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한국 남자의 유전적 계통이 그룹C, 그룹D, 그룹O의 세 가지 형태를 보이는데 몽골·시베리아인은 그룹C가 40~50%를 차지하는 반면 한민족은 15%에 불과해 한민족이 모두 몽골 쪽에서 내려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 유전자 주류는 중앙아시아·시베리아 계통
북방계 남자가 남방계 남자 몰아내고 후손 불린 듯

근 래의 연구 중에서는 북방계와 남방계가 혼합해 한국인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매우 흥미 있는 가설을 제시하는 것들도 있다. 이는 동아시아인의 Y염색체 유전형을 보면 북방 루트를 통해 온 사람(특히 남성)이 주체인 반면 미토콘드리아 유전형들은 거의 전부 남방 루트로 이동한 여성들의 것이라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다. 즉 동아시아 여성들이 가진 미토콘드리아 유전형은 거의 전부 남방 해안 루트를 거쳐 이동해 온 사람들로 보이며 Y염색체는 중앙아시아·시베리아를 거쳐 내려온 남자들의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북방계 남자가 남방계 남자를 몰아내고 남방계 여자들을 취하여 후손을 불려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유전자 구성에서 한국, 중국 북부, 일본인이 모두 같다고 설명된다.

물 론 한국인이 북방계와 남방계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지리적 입지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유민과 이민이 계속 한반도로 들어왔다. 특히 신석기를 지나 청동기로 들어서면서 전쟁이 빈번하자 전쟁의 결과 여하에 따라 많은 중국인들이 한반도를 찾았으며 이들이 계속 한반도에 정착하여 한국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들을 ‘귀화 한국인’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부분 중국에서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사람과 이들의 시중을 들었던 사람들, 또는 전란으로 피란 온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전북과 충남의 내륙지방, 황해도 등 한반도의 서반부에 걸쳐 살았다.

그러나 한국인의 형태에서 중국인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은 이들 ‘귀화 한국인’의 수가 많지 않았고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인과 피가 섞이며 한국인 주류에 밀렸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두 종류만으로 이뤄진 민족도 세계적으로 드물어
프랑스는 3대가 한 혈통인 경우도 20%밖에 안돼

유 전자는 그 집단 구성원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점점 많아지지만 10% 이하의 유전자는 300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유전자 결합의 확률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주류를 북방계와 남방계로 분류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한 민족이 유전적으로 단일민족은 아니지만 두 종류(북방계와 남방계)만의 민족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세계에서 매우 드물다. 1980년대 초에 프랑스에서 ‘누가 진짜 프랑스인인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정통 프랑스인은 부모와 조부모, 즉 3대가 모두 프랑스인인 경우를 의미했다. 그런데 호구 조사는 전 유럽인들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 정부가 호구 조사를 통해 프랑스인을 가린 결과 이 기준에 맞는 프랑스인들은 겨우 2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프랑스의 경우와 비교하면 단 두 갈래의 유전적 흐름만 갖고 있는 한민족은 세계에서도 드문 매우 집약적인 혈통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인류 기원에 대한 학설 |
아프리카 가설 동아프리카 돌연변이 여성이 기원
다지역 기원설 호모에렉투스가 각지로 이주해 진화

현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 인류는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이브’라는 한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아프리카 가설’과, 이와는 달리 적어도 10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호모에렉투스가 각 지역에 도착한 후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진화되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그것이다.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알란 윌슨은 세계 각지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하여 계통 수를 그린 결과, 현대 인류의 조상은 단 한 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두개골 화석 비교와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동원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현대 인류가 14만년에서 29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출현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이를 ‘이브 가설 또는 아프리카 가설(Out of Africa theory)’이라고 부른다.

반 면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커얼리튼 쿤 교수는 1962년 발간한 ‘인종의 기원에서’란 책에서 ‘다지역 기원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인류가 모두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 인류의 기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첫 번째 집단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시대에 독자적으로 진화되어 온 영장류, 즉 호모 에렉투스의 여러 종류의 후손들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결코 우리의 공통적인 조상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가설은 호모 에렉투스인 ‘북경 원인’ 등의 후손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