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6 janvier 2009

옛 도시들의 '침울한' 근대화 - 매일경제 / 2009-01-06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열어

서울, 평양, 경주, 부여와 같은 우리 역사의 중심지는 일제 강점기 하에서 어떤 근대화 과정을 거쳤을까. 고적조사라는 일제의 왜곡에 수난을 당하고 일본인들이 방문한 최고의 관광지라는 찬사를 듣기도 한 우리 옛 도시들의 발전 과정을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마련된다.
동국대 문화학술원 한국문학연구소는 9~10일 양일간 동국대 충무로영상센터에서 `고도(古都)의 근대 - 고도 인식과 표상을 통해 본 한.일 역사 인식의 비교`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학자 22명이 옛 도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인다.

이순자 숙명여대 강사는 `일제강점기 고적조사의 정치학`을 통해 "일제가 고적조사 지역을 한사군 영역이었던 평양 부근과 경주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남부지역에 집중한 이유는 한국사의 타율적 역사를 문헌뿐만 아니라 유적.유물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분석한다.

즉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걸었던 일선동조론, 타율성론 등을 유적.유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하고자 이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고적조사사업을 강화하였던 것"이다.

이 강사는 "일제의 고적조사사업은 한국의 유적.유물을 조사하고 보존하며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실시하였으나 결국은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역사, 말하고 싶은 역사를 대변하는 증거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왜곡.재구성되는 극히 정치적인 성격을 띠거나 `보존`이라는 명분하에 유물이 유출되는 이중성을 드러낸 사업이었다"고 강조한다.

김백영 광운대 교수는 `청결의 제국, 오물의 고도-경성의 위생 담론과 공간정치`에서 일제가 청결을 이유로 우물을 파괴하고, 상수도를 건설했으나 상수도 사용비가 높아 일반 조선인들이 상수도를 사용하기 힘든 구조적인 모순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물의 품질이 훼손되고 상수원에 대한 접근 자격을 박탈당한 조선인들에게 강요된 선택지는 "고가이자 저질인 상수도이거나 과거보다 훨씬 더 더러워진 우물 사이의 양자택일이었을 뿐"이라며 일제시대 위생사업의 문제점을 짚는다.

나카다 다카유키 일본 에히메대 교수는 `제국 일본의 만선(만주와 조선) 관광지와 고도 경주의 표상`을 통해 일본인들의 조선여행은 "경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 관광과, 금강산이나 평양 등 풍광명미(風光明媚)한 경승지 탐방, 고도나 옛 전장을 둘러보는 역사 관광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경주는 "일본의 `나라`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일본 만선 관광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1910년대 후반부터 널리 행해지기 시작했던 `만선` 여행은 제국 일본의 확장주의적 문화정책으로서 추진된 관광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말도 곁들인다.

이밖에 `식민지 상상 지리 속의 경주`(황종연.동국대), `전시된 조선과 민족의 기억(최지현.동국대), `한국 근대문학에 나타난 평양 표상(박성란.인하대), `고도의 폐허와 창조된 신도, 문학작품에 나타난 부여`(허병식.동국대), `무엇이 그리고 누가 타이페이를 현대적으로 만들었나`(소석빈.대만 세신대) 등 모두 11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