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9 janvier 2009

미네르바현상은 시대상의 반영 - 오마이뉴스 / 2009-01-08

미네르바의 진짜 죄목, 권력의 시샘이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정권
출처 : 미네르바의 진짜 죄목, 권력의 시샘이다 - 오마이뉴스

이래헌 (sasarang)

미네르바현상은 시대상의 반영

훗날 읽게 될 한국사에서 2008년 한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미네르바현상은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 것인가?

CEO 출신 대통령이나 경제 각료 그리고 국내외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최첨단 정보와 시스템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거시경제의 동향을 일개인이 족집게처럼 예측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미네르바의 경제에 대한 예측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신기(神氣)에 가깝다. 마치 기상청이 수많은 기상전문가와 수퍼컴퓨터로도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자연재해를 야생 동물들이 먼저 느끼고 대피에 나선 격이라고나 할까?

세계의 정보망을 연결한 거미줄(WWW), 특히 정보화에 관한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추어진 한국의 각 사이트 마다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갖가지 게시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미네르바는 단지 수많은 네티즌 중의 한사람이며 그의 놀랍도록 정확한 예측 역시 수많은 게시물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그의 예측이 소 뒷발질에 쥐 잡은 것이거나 우연의 일치 등으로 폄훼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지 아무리 복잡한 변수가 난마처럼 엮여 있다할지라도 그 방법이 정확한 분석에 의한 결과물이던 놀라울 만큼 뛰어난 감각이던간에 모든 변수를 꿰뚫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는 것이다.

월드컵 모든 경기의 승패를 맞추었다던지 주요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 뿐 아니라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맞추어 거액의 당첨금을 받는 일 등이 이와 비슷한 사례일진데, 일반인에게 있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틀리는 것이 본전, 맞추면 그야말로 대박을 맞는 일이다. 이러한 예를 드는 것이 조금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미네르바의 경제에 대한 예측이 스포츠 승패를 맞추는 것처럼 우연한 적중이라고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므로 이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2008년 한국 사회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이명박 정권은 유가폭등과 환율폭락 같은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경제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며 어떤 방법으로 탈출할 것인지에 대해 신뢰할 만한 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대통령의 발언은 “위기다.” “아니다”를 오락가락 했다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위기 탈출하겠다.” 같은 허황된 발언으로만 일관하니 불신이 극에 달한 대중은 구체적인 자료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차분하게 앞날을 예측하는 미네르바의 주장에 더 큰 신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저지르지도도 않은 죄를 미리 처벌하기로 한 검찰

보도에 의하면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6일 체포되었다고 한다. 검찰은 그가 올린 수 백 개의 글을 검토한 결과 지난달 29일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긴급업무명령을 통해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도록 했다"고 주장한 부분을 정보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정황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검찰이 미네르바를 검거하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 것은 보다 오래전이었다.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검찰의 법리가 맞다거 하더라도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12월 29일인데 문제의 글을 올리기 훨씬 전인 11월 3일 김경한 법무장관은 이미 그에 대한 수사를 시사했고, 그때부터 검찰은 그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 진다. 검찰의 미네르바에 대한 추적과 처벌과정이 여타 시국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선 처벌결정 후 혐의 입증]의 전형으로 기획수사나 표적수사의 혐의를 짙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이 왜?”라는 질문은 상투적이다. 모든 기획수사나 표적수사가 그렇듯이 권력의 구미에 맞으면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 권력의 주구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관성이기 때문이다. 그의 학력이나 경력 연령 등은 현상의 본질과 무관하다. 미네르바 현상의 본질은 정부가 가져야 할 경제 정책의 신뢰를 한 개인이 독점한 것에 대한 권력의 시샘이며 보복이고, 정부 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훔치기 위한 치졸한 기망(欺罔)이기도 한 것이다.

도적을 양산하는 사회

조선 명종 시대를 뒤흔든 임꺽정(林巨正)은 백정 출신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도적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천대받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구국을 위한 일념으로 왜구 토벌을 위한 전투에 의병으로 참가하기도 했었다. 뛰어난 무용으로 전투에서 크게 활약한 임꺽정은 승전 후 공을 나누는 자리에서 큰 공을 세우고도 천한 백정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멸시를 받았다. 백정 신분으로는 나라를 위해 싸울 수도 없었던 것이다. 훗날 그가 황해도와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 일대를 장악하고 관청을 습격하는 등 맹활약 했지만 관군은 3년 만에야 겨우 이를 진압할 수 있었다.

명종실록에 사가(史家)들은 임꺽정의 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령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령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지금 재상들의 탐오가 풍습을 이루어 끝이 없기 때문에 수령은 백성의 피와 땀을 짜내어 권세가를 섬기고 돼지와 닭을 마구 잡는 등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곤궁한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너도나도 스스로 죽음의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요행과 겁탈을 일삼으니, 이 어찌 백성의 본성이겠는가? 진실로 조정이 청명하여 재물만을 좋아하지 않고 어진 사람을 가려서 수령으로 임명한다면, 칼을 잡은 도적이 송아지를 사서 농촌으로 돌아갈 것이니 어찌 이토록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이겠는가? 그렇게 하지 않고 군사를 거느리고 도적을 뒤쫓아 잡기만 한다면, 아마 잡는 대로 또 일어나 장차 다 잡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훗날 역사는 말할 것이다.

집권기간 동안 평균 7% 경제성장과 4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집권했던 정권이 출범 첫해부터 공약달성은 고사하고 산업화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미네르바 같은 인물의 출현은 필연적이었다. 권력이 신망을 잃으면 갖가지 비약과 추측이 난무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이를 권력의 힘으로 억제하려하면 할수록 추측은 억측으로 비약하기 마련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를 퇴진시키고 청렴하고 능력있는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다면 억측은 잦아들고 대중은 정부를 신뢰하게 된다. 스스로의 무능을 개선하지 않은 채 처벌만을 능사로 여긴다면 대중은 처벌하는 대로 또 다시 일어날지니 대한민국 전체 대중이 범법자가 되고 말 것이다.

출처 : 미네르바의 진짜 죄목, 권력의 시샘이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