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5 janvier 2009

“한국학, 사회과학과 소통 절실” - 중앙일보 /2008-12-18

“한국학은 고전적인 인문학의 범주를 탈출해 사회과학 영역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

연 세대 박명림(45) 교수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한국학은 역사·언어나 전통 사상을 중심으로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자기 긍정의 학문에 치우친 바가 컸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제 학계에서 보편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다. 한국학이 사회과학과 소통할 때 보편적 학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18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백영서)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21세기 한국학: 세계 보편 담론을 향하여’다. 박 교수는 ‘세계 보편 담론’으로서 한국학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영역이 민주주의 연구라고 제안했다.

한 국은 2차 대전 이후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손꼽힌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로가 인문학 위주의 한국학에서 중심 의제가 된 적은 없었다. 또 사회과학에서 민주주의 연구는 한국의 정당 정치나 제도사를 서구 이론을 통해 해설하는 정도에 그친다. 박 교수는 “이승만·신채호·안중근이나 임시정부 헌법 등에 대한 연구를 독립운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인권·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더 풍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학과 민주주의론의 ‘쌍방향 통합’이 성공하면, 남미의 민주주의 연구에서 종속이론이 만들어진 것처럼 한국학에서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이념의 과잉’이라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