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9 janvier 2009

[아침을 열며/1월 16일] 이상한 나라의 미네르바 - 한국일보 / 2009-01-15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

검찰이 미네르바를 구속했다. 5공 때 만들어지고 위헌 논란이 있는 전기통신법 상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란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말에 따르면 허위사실로 적시된 외환매입 자제 요청이 없었던 것도 아니란다. 언제나 일사불란하게 정부를 두둔하던 여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사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지 로이터 통신은 그 기사를 '이상한 소식(oddly enough)'란에 실었다고 한다.

정부 먼저 부끄러움 알아야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충분히 이상하고 우스꽝스럽다. 4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네르바의 구속에 반대하는 의견이 50.1%, 찬성 의견이 37.9%였다고 한다. 이 사건을 이상하게 보는 정도는 전문가일수록 더해서 기업 임원의 54%, 경영ㆍ경제학 교수의 64%, 기자의 84%가 반대했고, 오직 CEO 집단에서만 62%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세계경영연구원 조사)

이상한 짓에서는 국회도 검찰에 못지않아서, 여야가 뒤섞여 싸우는 장면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셨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우리 국민도 충분히 부끄럽다. 하지만 이유는 조금 다르다.

교과서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정부도 국민이 뽑아준 '국민에 의한' 정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진정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정부인지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번번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그렇고 이름만 바꾼 대운하가 그렇다. 그리고 대통령이 심히 부끄러워하는 국회의 폭력사태에 대한 대응도 그렇다.

역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의 원인에 대해 '현 정부여당이 논란이 있는 법안들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57.1%로 '야당이 여당과 대화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 32.7%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대 통령의 부끄러움에 자극받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폭력방지법에 대해서도 46.0%가 반대의견을 보여 찬성 36.9%를 훨씬 앞질렀다고 한다. 국회 폭력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30.7%)과 청와대(15.5%) 등 여권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민주당(15.6%), 민노당(1.9%) 등 야당 책임론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내일신문-한길리서치 1월 여론조사).

국회 폭력사태를 두고 "해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때렸다"고도 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뿌리로부터 위협하고 있는 건 민의를 무시하고 무조건 밀어붙이기에만 능한 불도저다. 이 정부가 진정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정부라면 그 부끄러움을 자신에게로 되돌려야 마땅한 이유다.

이상한 소식은 이밖에도 많은데, 그 중 하나는 미네르바의 긴급체포가 청와대 지하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war room)이 차려진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경제를 전쟁으로 여기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네티즌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건가? 하긴 네티즌의 입을 틀어막을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수구 족벌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등의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일을 입법 '전쟁'이라고 했으니 오죽하랴.

밀어붙이기 '전쟁'은 잘못

미네르바를 구속한 검찰의 부서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라는 사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아해 하는 기자들에게 "마약조직범죄 수사부에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그의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되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마약수사와 허위사실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날개를 펼친다고 했다. 그 날개를 너무 일찍 편 것이 그의 죄라면 죄인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한 나라의 미네르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