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0 avril 2009

'보물창고' 연대 귀중본실 문을 열다 / 매일경제 / 2009-04-12

6년간 희귀본 630종 해제..전 12책 완성

연세대 중앙도서관 귀중본실은 고서의 보물창고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 대학 귀중본실이 그런 것처럼 어떤 보물이 얼마만큼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연대 교수조차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세대 귀중본실이 육중하게 닫혔던 문을 마침내 열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백영서) 주도 아래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국학연구지원 사업 일환으로 수행한 6개년 프로젝트인 '연세대학교 중앙도 서관 소장 희귀본 해제 및 복본사업'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귀중본실 소장 총 630종에 이르는 희귀본을 대상으로 2003 년도부터 진행해온 조사성과를 최근 전 12책에 달하는 '고서해제'(평민사 펴냄)로 완간했다.

이에 국학연구원은 13일 오후 2시 교내 연세ㆍ삼성학술정보관에서 '고서해제' 출판기념회를 겸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국학연구원 금지아 연구교수가 '경과보고'를 하고,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가 '연세대 소장 유서(類書.분류식 백과사전)의 가치에 대하여'를 발표하며, 이 사업 실무책임자인 허경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정원용 저술 13종을 통해 본 조선 문인의 기록 태도'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개한다.

이번 고서 해제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예컨대 2차연도에 해제가 완료된 동사강목(東史綱目) 필사본은 저자인 안정복 자신이 직접 부분 가필을 해 놓고는 자기 인장을 찍은 이른바 수택본(手澤本)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당연히 이 판본은 현존하는 동 사강목 필사본 중에서는 연대가 가장 빠를 수밖에 없다.

나아가 3차연도에 해제를 끝낸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고려시대 판본으로 드러났다.

고려시대사 전공인 국민대 박종기 교수 는 "동국이상국집의 고려시대 판본이 존재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4차년도에 조사한 '병장설'(兵將說 )이란 문헌은 조선 초기 병법(兵法)의 실상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병서 중에서도 간행연도가 상당히 오래됐다는 점에서 서지학적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이 외에도 마지막 6차연도에 해제를 끝낸 백거이(白居易)의 시선집인 '향산삼체법'(香山三體法)은 최근까지도 원본이 발견되지 않아 그 원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웠으나, 연세대 소장본은 그 최초의 활자본이자 현존 국내 유일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그 가치는 보물급으로 평가된다.

백영서 원장은 "해제 대상이 된 자료에는 월인석보를 비롯한 보물급 자료에서부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필부의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면서 "이번 작업을 통해 귀중본들이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