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7 avril 2009

'불온도서' 저자 장하준 교수, 한나라당서 '신자유주의 맞장' / 한국일보 / 2009-04-07

장교수 "복지 늘려야 산다" 발언에
김용태 "살 길은 규제개혁 뿐" 반박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가 6일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뜨거운 찬반 논쟁을 벌였다.

장 교수는 이날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래도 신자유주의인가' 라는 주제로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규제 완화, 금융시장 자유화 등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비판했다.

장 교수는 "1970년대 중반까지의 케인스 시대와 비교할 때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소득분배가 악화하고, 성장률이 낮아졌으며, 금융위기는 잦아졌다"면서 신자유주의를 집중 공격했다.

장 교수는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해 "지표들이 회복되는 듯 하니까 최악은 면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3막 짜리 연극에서 1막인 금융경색이 나온 뒤 기업도산과 실업자 증가 등의 2막이 시작됐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정부의 탈규제 정책에 대해 "규제 때문에 성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은 90년대 초반 이후 자유화 진행으로 지금은 규제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선진화 정책에 관해 "우리가 지금까지 잘해 온 제조업의 역량을 버리고 왜 자꾸 금융업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지나친 자유화를 되돌리고, 자본시장 개방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말미에 "(보수 성향의) 현 정부가 사회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되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이에 대해 김용태 의원은 "한국은 신자유주의 설계자가 아니므로 신자유주의냐, 아니냐에 지나치게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 뒤 "복지 확대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복지국가론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한국이 먹고 살 길은 규제개혁밖에 없다"면서 장 교수의 논리를 거듭 비판했다. 이에 장 교수는 "미국식 복지가 아니라 유럽식 사회복지를 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재반박했다.

정두언 의원은 "경제위기에서 세계 모든 나라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으므로 우리도 신자유주의를 되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우리는 45년 광복 이후 미국 표준으로 살아 왔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에 맞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