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dredi 10 avril 2009

日 역사왜곡 교과서 주요내용 살펴보니…/ 헤럴드경제 / 2009-04-10

간토지진, '조선인학살' 軍ㆍ警 참여배제
임진왜란, '자위권 보호차원' 전쟁미화
독립운동, 근대화에 대한 항거로 격하

지난 9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과거 문제가 된 '후소샤(扶桑社)판 역사 교과서'와 비교해 새로운 왜곡 내용을 첨가한, 사실상의 개악(改惡)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關東大地震) 당시 있었던 '조선인 학살 사건'에서 군과 경찰이 학살에 대규모로 참여한 사실을 배제하고 군이 사회주의자만을 살해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술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역사문제연구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4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유샤판 역사 교과서 내 각주에는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사이에 불온한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주민의 자경단 등이 조선인과 그것으로 오인받은 중국인, 일본인을 살해하고, 군인이 독단으로 사회주의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왜곡된 내용이 실려 있다.

하지만 이 내용에는 조선인 학살에 자경단만이 참여하고 군과 경찰이 관여한 사실은 배제돼 있다. 또 군인은 사회주의자만을 살해한 것처럼 왜곡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게재해 학살 만행 사실을 희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역사교육연대의 설명이다. 또 역사교육연대는 당시 학살 사건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 본문이 아닌 각주에서 다뤄 사건을 경량화하고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연대는 지난 2001년 일본 극우 세력들로 이뤄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후소샤를 통해 내놓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결성됐으며, 지금까지 극우 역사 교과서의 '잘못된 역사 기술'을 연구하고 바로잡아온 단체다.

지유샤판 교과서는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다룬 '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치'라는 단원에서 '조선 출병'이라는 표현을 써 침략의 본질을 회피하고, 히데요시의 행위를 부각시켰다. "일본이 느낀 위협은 중세가 돼 원구(元寇ㆍ원나라 병사ㆍ13세기 몽고족의 일본 침공 시도를 의미)에 의해 현실화됐다. 이때 공포의 기억은 일본인 사이에서 길게 전해져왔다. 반대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반도에 병사를 보낸 적도 있었다"고 적시해 일본의 조선 침략이 마치 자위(自衛)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단순히 조선반도에 병사를 보낸 것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또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실상 근대화로 격상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본은 조선 개국 이후, 조선의 근대화를 원조했다"는 표현을 써 조선의 근대화가 일본 덕이라는 내용으로 오해할 소지를 만들어 놓았다. "토지조사사업 등 이들 근대화사업에 의해 그때까지의 경작지로부터 쫓겨난 농민도 적지 않았고, 또한 일본어 교육 등 동화 정책이 진행됐기 때문에 조선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해졌다"고 기술해 '근대화=식민지 지배'라는 사실을 부각함과 동시에 독립운동을 근대화에 대한 저항으로 격하시켜 놓았다.

이 같은 각종 왜곡 사례들로 인해 지유샤판 역사 교과서는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무려 560여곳에 대한 정정 지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역사교육연대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이 일본 정치의 우경화에 따른 극우 세력의 무리한 역사 왜곡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