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0 avril 2009

‘동해’냐 ‘한국해’냐 / 여의도통신 / 2009-04-09

‘동해’냐 ‘한국해’냐 / 강상헌 시론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선영 의원(비례대표)은 집무실에 1785년 발행된 영국 고지도를 걸어두고 있다. 우리나라 동쪽 바다를 ‘한국해’라고 표기한 지도다.

이 방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박 의원으로부터 한국해와 관련한 우리 외교의 ‘생각 없음’을 지적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독립국가로서 말이 되는 얘기인가요? ‘일본해’ 뒤에 괄호하고 한국해도 아닌 ‘동해’라고 써달라고 구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속이 터지지요.”

이 지도 발행 당시 영국은 지금의 미국과 같은 수퍼파워였다, 우리의 지도 뿐 아니라 그 무렵 국제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지도까지 이렇게 표기하고 있는 한국해를 포기하는 이유가 뭐냐 하는 질타다.

왜 스스로 일본의 억지에 말려드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지도 전문 사설박물관인 호야지리박물관(강원도 영월)의 양재룡 대표도 고지도 등 많은 사료로 볼 때 동해 표기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확인되고 있는 16~18세기에 걸쳐 제작된 세계지도에는 한반도 동쪽 해역이 한국해 또는 조선해로 명기돼 있다. 러․일전쟁(1904~1905년) 이후 일본은 이 지역을 일본해로 명기해 왔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조선해 한국해라는 명칭을 버리고 동해로만 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 대표는 독도문제가 국제사법적인 쟁점이 될 경우, 일본해를 주장하는 일본과 동해를 주장하는 한국의 논리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하는 지적을 펴기도 한다.

사실 동해라는 명칭은 역사적으로 창해(蒼海) 조선해 한국해 등 여러 이름과 함께 한반도의 동쪽 바다를 이르는 이름으로 사용되어 왔다. 동해 명칭은 ‘삼국사기’에 적힌 것이 처음이다.

역사성도 있고 서해 남해와 함께 ‘우리의 바다’라는 주체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 바다를 일본해라며 억지를 부리는 일본의 존재만 없다면 동해로 불러도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강압적으로 지배하던 일본이 벌인 ‘공작’으로 우리 앞바다가 상당수 세계지도에 일본해로 적히게 된 내역을 생각한다면, 동해보다 한국해가 더 적절하다는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이들도 많겠다.

항해안전 지원을 위한 정부 간 기술자문기구로 만들어진 국제수로국(IHB) 회의에서 일본은 당시 그들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동쪽 바다를 일본해라고 주장했다.

이 영향으로 1929년 IHB가 발간한 ‘해양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지도책에 이 바다가 일본해(Japan Sea)로 표기된 것이 그 후 세계 주요 지도에 일본해로 실리게 된 근거다.

우리나라는 1957년 IHB의 기능을 물려받은 국제수로기구(IHO)에 가입하면서 잘못된 명칭을 바로 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본해’ 표기를 ‘일본해(동해)’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리 외교의 전략이 박선영 의원의 말마따나 ‘구차하고 주체성도 없다.’는 힐난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7년 IHO총회에서 우리나라는 명칭이 합의된 바다만으로 4판 1권을 내고, 동해처럼 합의되지 않은 바다를 모아 추후 2권을 내자는 의장 제안을 이끌어냈다. 동해 표기 문제는 2012년 IHO총회에서 세계무대에 재등장할 전망이다.

우리의 귀한 바다다. 중요성에 걸맞은 명칭이 중요하다. 그친 적이 없는 일본의 침탈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앞서 ‘동해’냐, ‘한국해’냐 하는 명칭의 문제에 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겠다.

강상헌 본지 편집위원 ask@interviewsu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