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4 février 2009

결혼이민자 5년새 3배… ‘다인종 코리아’ 성큼 - 동아일보 / 2009-02-01

[달라도 다함께/함께 사는법]<1>2009 다문화 현주소-한국

결혼이민자 5년새 3배… ‘다인종 코리아’ 성큼

《동아일보는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서 최근 10년간의 등록 외국인 통계를 제공받아 지리정보시스템(GIS·통계청 자료 제공)과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역동성, 국내 거주 외국인의 다양한 통계적 특징을 확인했다. 》

출신국가- 中 48만4674명 가장 많아… 美는 2만8853명 5위

인력분포- 단순 기능인력 61%… 유학 - 연수생 10년새 18배

거주지역- 서울-경기 51만… 영등포구 1000명당 86명 밀집

우리나라에는 현재 170여 개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85만4007명(91일 이상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이 터전을 꾸리고 있다. 전체 인구의 1.7%.

1998년 등록 외국인 14만7914명에서 10년 사이에 6배로 늘었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통계상으로 한국은 이미 세계인이 모여 있는 다문화 사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다문화 사회로 규정하는 데 부정적이다. 특정 국가 출신이 전체 외국인의 절반을 넘고, 대부분은 방문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대로 몸집만 불릴 경우 국제화,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으로 다문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 57%가 중국 출신

다양한 국가 출신이 한국을 찾고 있지만 그 면면을 보면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출신 국가별로 보면 중국 동포를 포함한 중국인이 48만4674명으로 전체 등록 외국인의 57%를 차지한다.

이어 베트남 7만9848명, 필리핀 3만9372명, 태국 3만51명이고 미국 인도네시아 대만 몽골 일본 등의 순으로 비중이 높다. 출신국 상위 10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시아권 국가다.

또 전체 175개 국적 가운데 30%나 되는 55개국은 출신 외국인이 10명 미만이다. 세인트크리스토퍼네비스, 감비아, 키리바시 등 10개국은 각각 출신 외국인이 국내에 단 1명뿐이다.


○ 인력 수급 불균형

단기간 체류하는 단순기능인력에 집중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자 자격별로 분석한 결과 단순기능인력의 비중은 61%인 데 비해 전문 인력은 3.7%에 불과했다. 각각 43.4%, 6.8%였던 10년 전 상황보다 더 악화됐다. 외국인 근로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고급 인력은 유입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유학 및 연수생의 꾸준한 증가는 긍정적 신호다. 1998년 4134명에서 2008년 7만4227명으로 무려 18배로 늘었다. 결혼이민자가 2003년 4만4416명에서 12만2552명으로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유학생의 증가는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인적 교류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양적 팽창에 그치지 말고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적별 특징도 흥미롭다. 중국 동포는 압도적으로 방문 취업자가 많다. 중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는 결혼 이민자다. 러시아인과 일본인 역시 결혼 이민자가 많고, 미국인은 회화 지도 자격으로 입국한 경우가 많다.

○ 수도권 집중 현상

외국인의 인구 분포는 우리 국민의 인구 분포와 닮은꼴이다. 전체 외국인의 60%나 되는 51만2034명이 서울 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 것.

서울 영등포구가 인구 1000명당 86.8명으로 밀집도가 가장 높다. 이어 경기 안산시 단원구가 83.3명, 서울 금천구 72.5명, 부산 강서구 71.0명, 전남 영암군 68.4명 등이다.

영등포구의 외국인지원팀 관계자는 “취업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주로 소규모 공장 지대나 전월세금 등 생활비가 저렴하게 드는 곳으로 몰린다”며 “서울 구로구 구로동이 재개발되면서 그쪽에 있던 외국인이 최근 영등포로 많이 넘어왔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은 서울 영등포구에 가장 많이 살고, 필리핀인과 베트남인은 경기 화성시, 캐나다인과 일본인은 서울 용산구, 미국인은 서울 강남구, 프랑스인은 서울 서초구에 주로 사는 등 국적별 거주 특성도 나타났다.

○ 편견의 벽 허물어야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편견의 벽이 높다. 이달부터 TV 전파를 타는 ‘다문화 가정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라는 공익광고는 편견과 차별이 많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리는 국적과 혈통, 국민 정체성 등 어느 하나만 결여돼도 국민으로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라며 “부정적인 시선도 문제지만 이주민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선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문화를 바라보는 폐쇄적 시각은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의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법무부 외국인정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대(對)외국인 정책에 고심하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해외 인재 유치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친한파’ ‘지한파’로 만드는 것도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