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23 février 2009

"나는 씨받이였다"… 베트남 신부 결국'패소' / 한국일보 / 2009-02-16

[디시뉴스 권지현 기자] 한국 남자와 결혼해 두 딸을 낳자마자 이혼당한 베트남 신부가 양육권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법원은 친모로서 면접교섭권을 인정했지만 이마저도 전 남편이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서울 가정법원은 베트남 출신의 투하(26, 가명)씨가 전 남편 A(53)씨를 상대로 낸 양육자변경심판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아이들이 친부와 계모 등과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다만 친모로서 매주 4시간 전 남편의 집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투하씨의 사연은 지난 2007년 한 언론사를 통해 소개되며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19살 꽃다운 나이에 한국 남자와 결혼한 투하씨가 두 딸을 낳자마자 버림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씨받이' 논란이 불거졌던 것.

투하씨와 결혼한 A씨는 20년 동안 아내의 불임으로 갈등하다 결국 이혼하고 브로커의 알선을 통해 투하씨를 만났다. 그러나 첫 딸을 낳자마자 A씨는 투하씨와 상의도 없이 전 부인에게 아이를 보내 양육했다. 첫 아이의 행방을 알지 못해 눈물로 날을 지새우던 투하씨가 둘째 딸을 출산하자 A씨는 일주일 만에 이혼을 요구했다. "전 부인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경제적 문제로 가정을 돌볼 수 없다"며 "베트남에 돌아가 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곧 따라가겠다"고 회유했다. 결국 투하씨는 협의이혼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A씨는 한 달도 안돼 모든 연락처를 바꾸고 전 부인과 재결합했다.

투하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재생산 기능을 탈법적으로 유용 당함으로써 인격권 및 신체불훼손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했으며, 아이들에 대한 친권 행사의 기회마저 박탈당해 회복 불가능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는 명백한 현대판 '씨받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은 달랐다. 투하씨가 "아이를 낳아주고 이혼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에 동의했고, 약속한 금액도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어떠한 잘못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투하씨 측은 "자신의 자궁을 빌려주고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위험천만한 제안에 동의하는 데 있어 어떠한 법적·의학적 조언은 커녕 제대로 된 통역조차 제공받지 못했다"며 "조약한 한·베 사전이 대리모 약정 성립에 동원된 소통 방법의 전부였다"고 반박했다.

법 원이 이날 아이들의 안정을 이유로 투하씨의 양육권을 기각하면서 '씨받이' 논란도 재점화됐다. '정황상 아이를 낳기 위해 투하씨를 이용한 것이 명백한데 양육권 기각은 너무 했다'며 '한국말도 서툰 19살 신부에게 대리모 계약을 했다는 것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네티즌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아이도, 여자로서의 인생도 빼앗긴 투하씨가 정말 안타깝다'며 '가슴 아프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해당 사건이 베트남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을 지적하며 '외국인 신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지 증명하는 사건'이라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아이들의 엄마'라며 국제결혼의 폐해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한편 투하씨는 현재 서울 성동구의 반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며 힘겨운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