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4 février 2009

서울시 인턴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 '서울' - 조선일보 / 2009-02-01

피부색은 달라도 웃음은 하나였다. 지난달 30일 낮 청계광장에 모인 젊은이 19명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연방 웃음바다를 이뤘다. 국적도 외모도 각각인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 서울시가 겨울방학을 맞아 모집한 '글로벌 인턴'으로 뽑혀 지난달 5일부터 함께 시청에 서 일하고 있어서다.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대학(원)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중 인턴을 선발, 외국인 관련 부서에 배치해 해외 사례 분석이나 외국인 불편 해소 같은 업무를 맡겨 왔다.이들은 오는 9일 인턴십 수료를 앞두고 시가 마련한 '시정(市政) 현장 투어'에 참가해 종로소방서 교통정보센터,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 한강을 하루 동안 돌아봤다. 현장 투어에 동행해 그들이 느낀 서울과 서울 사람 얘기를 들어봤다.

◆외국 사람으로 서울 살기

"서울에 살면서 '빨리빨리'에 반했어요." 지난해 9월 서울에 유학온 중국인 류환(여·21·서울대)씨는 말한다. "인터넷은 금세 연결되고 어지간한 행정 사무도 신청한 자리에서 뚝딱 해결돼요. 서울에 살고부터 인생이 길게 느껴집니다." '빨리빨리'가 한국 사회의 조급증을 비꼬는 뜻으로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편한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몽골인 절버(여·23·서울대)씨는 "다른 나라 대도시들은 밤 늦게 걷기 꺼려지는 곳이 많다는데, 서울에서는 여자들끼리도 늦게까지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이 '치안이 탄탄한 도시'일 뿐 아니라 해외 유명 대학을 나온 교수가 수두룩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에도 놀랐다고 했다. 서울살이 4개월째인 카자흐스탄인 달가트(21·연세대)씨는 "지하철이 잘 돼있고 교통요금 같은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아 살기 편하다"고 말했다.서울의 고쳐야 할 점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중국인 옌징(여·23·서울시립대)씨는 "중국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데 자꾸 '못 산다'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했다"고 했고, 후멍(여·24·성균관대)씨는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역동적인 서울의 매력을 깎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에서 일해보니…

"4 년 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몽골어 안내 책자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시에서 그걸 만들고 게다가 그 작업에 동참하게 돼 기뻤어요." 몽골인 엘벡 바야르(29·한양대)씨는 글로벌 인턴으로 일한 소감을 묻자 그렇게 답했다. 그는 시 생활경제담당관실에 배치돼 전통시장의 쇼핑 용어를 몽골어로 번역해 안내 책자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전통시장에서 쓰는 말을 8개 외국어로 옮긴다니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을 실감하게 됩니다."외국인 유학생 인턴 19명은 서울시 10개 부서에 배치돼 일해 왔다. 짧은 일정이지만 시정 이모저모를 본 셈인데, "외국인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정착할까 생각했다" "업무방식이 체계적이었다"는 긍정적인 감상을 얘기했다.쓴소리도 적진 않았다. 여섯 살에 뉴질랜드 이민을 떠났다는 손준희(24·서울시립대)씨는 감수를 맡은 서울시 영어 안내 책자를 보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인 '떡'을 한국어 발음대로 'dduk'이라고 표기해도 될 텐데 왜 굳이 'rice cake'라고 쓰죠?" 전통 음식이나 고유 명칭을 한글 발음대로 쓰지 않고 의역해 적는 습관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들이 '스시' 같은 고유어를 그대로 써서 세계화했듯 서울도 전통문화를 있는 그대로 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조언했다.

◆"깔끔한 청계천, 화려한 명동"

'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글로벌 인턴들은 청계천·명동·신촌 등을 꼽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깨끗한 물줄기와 독특한 다리 모양이 아름답고, 화려한 쇼핑거리와 활기찬 대학가에 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서울 사람들은 일상으로 느끼지만 그게 사실은 '매력'이란 얘기도 있었다. 중국인 리진지(여·21·광운대)씨는 "길에 서서 떡볶이를 먹는 게 가장 즐겁다"고, 판웬팡(여·26·성균관대)씨는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학로의 자그마한 극장들이 좋다"고 말했다.미국인 조나스 폴 코프(28·연세대)씨는 '지하철을 타고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한강'과 '봄이면 서울을 뒤덮는 황사'가 매력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멋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