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5 février 2009

독도와 동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이유 - 오마이뉴스 / 2009-02-17

리투아니아의 독립기념일인 오늘도 하늘에서 풀풀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영원히 봄을 맞지 못할 것처럼, 온하늘이 꾸덕꾸덕하고 우중충한 하루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대로, 저는 이곳 대학교에서 한국학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한국학 강의를 시작한 지가 얼마 안되다 보니, 우리 과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한국 관련 자료나 서적들이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도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애써 주시는 여러 민간단체들의 도움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민간단체들의 관심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 관련단체에서의 무관심은 생각보다 더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올해 있을 저희 학교의 행사와 관련해서 정부 측의 지원을 바라며 여기저기 부탁을 해봤지만, 썩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뭐, 행사 첫해이고, 또 시작하는 과정이니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게다가 아직 리투아니아에는 한국 대사관도 없고, 나라의 경제 사정도 어려운데, 리투아니아 같은 작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정부가 일일히 신경쓸 여유가 없을 겁니다.

앞으로 돈 들어갈 사업이 산더미 같은데, 한푼 두분 모아서 4대강 정비 사업에 써야죠. 나랏님 말로는 그게 돈 버는 일이라니 우리 같은 무지한 민초들은 그냥 따를 수 밖에요.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작은 나라에서의 홍보에 등한시 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영원한 이웃이나 맞수는 일본은 이곳에서 진작부터 엄청난 홍보와 '판촉'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 이곳에 대사관도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곤 하지만, 경제도 우리보다 여러 모로 나은 것은 사실이고요.

자, 그럼, 그 부자나라 일본에서 리투아니아에서 벌이고 있는 판촉 활동을 잘 한번 살펴볼까요?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일본은 '일본해' 명칭과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주장이 담긴 책자를, 우리는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이 작은 나라에도 보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아시아 지역학과'인 우리 과의 도서관에도 그 책자들은 보기 좋게 전시되어있습니다.



굳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친절하게 한국어로까지 설명이 되어있는 일본해 명칭에 관한 자료집.




보기 좋고 읽기 쉽게 정리된 자료집. 이 책 첫부분에는, 한국과 북한이 동해라는 명칭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대처로 이 책을 펴냈다고 명시 되어있어서, 한국 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제시해 놓았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은 그르고 일본이 옳다라고 말하기 위함이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 고대 지도에서 '한국해'와 '일본해' 어느 것이 더 많이 적혀있는가를 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연코일본해가 더 많습닏. 그러나 정작 우리가 주장하는 '동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더군요. 빌뉴스 대학교에서 우연히 보게된 18세기 세계지도에서도 Mare Oriental (동해)이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해보다 일본해가 월등히 많을 것은 당연할 듯. 혹시 한국이 일본해처럼 '한국해'라 부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 역시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 정부의 주장과 증거자료를 모아서 펴낸 책자입니다.




내용이 영어로 번역되어있지는 않지만, 우리 일본어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은 충분히 읽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책 역시 한국과 북한의 주장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놓았더군요.



이것은 약간 다른 내용이지만, 일왕 내외에 대한 자료집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노릇인지 모르겠지만, 일왕 내외의 대외 활동을 소개하는 부분에 발트3국 각국 대통령들과 찍은 사진들이 맨 처음으로 나와있습니다. 발간처는 일본 외무성이던데, 발트3국 국민들을 위해서 일부러 편집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의 자료들에도 이 내용이 맨 먼저 들어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특별히 편집한 거라면, 발트3국 같은 작은 나라를 위해 이런 섬세한 데까지 관심을 보이는 일본 외무성의 활동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 보급된 책자에도 똑같이 실려있다면, 일본이 발트3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이 보통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되겠죠.




제가 일본어 공부를 그만 둔지가 옛날이라서, 내용을 거의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교민들의 생활에 관한 책인 것 같습니다. (이건 내용과 많은 관계는 없지만, 그냥 같이 발견한 책이라...)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에 이런 작은 나라에서 펼치는 홍보활동에 딴지를 걸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남한 반 정도 크기에 360만 인구만이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의 면적과 인구는 일본과 한국 모두가 보기에도 동일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그 수치를 '작고 보잘 것 없다'고 판단하느냐 아니면,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그 국가에 대한 정책 수립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 과가 리투아니아를 포함해서 발트3국 전체에서 유일이자 최대규모의 아시아 지역학과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탈린 대학교에도 있지만 거긴 한국어를 제외한 한국학 강의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리투아니아 정계에서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며, 그리고 대학시절에 얻은 경헙과 지식은 앞으로의 정책 결정 방향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동해와 독도와 관련해서 리투아니아의 입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 과연 그들은 어느 편에서 평가를 하게 될까요? 그렇게 본다면, 이 문제는 단지 눈 앞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을 떠나서 엄청난 결과를 양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물론 이런 일들을 민간단체에서 담당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관심 분야를 더욱 넓히지 않는 한 우린 영원히 일본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소수의 민간단체를 제외하곤 정부나 대사관에서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나라권에 대해서 그 누가 공부를 하려고 할까요. 리투아니아에 대사관이 없어서 한국 정부의 관심이 없다는 핑계로 언제까지 둘러대야하나요.

저는 위의 책들을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구석진 곳에 감추지 않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그것도 그 아이들이 공부해야할 소중한 자료들이니까요. 그러나 그 책들 옆에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한 책들을 같이 전시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단체에서도 많은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어찌 보면 삽질해서 강 뒤짚어 헤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