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4 février 2009

미국인들은 ´꽃보다 남자´ 어떻게 볼까? - 데일리안 / 2009-01-27

<칼럼>한국·일본과 달리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상류층에 대한 각 문화권의 대중적 시선을 생각토록 한다. 우선 유럽과 미국을 비교해보자. 유럽은 아직도 귀족계층이 잔존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귀족계층이 없다. 특히 미국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돈과 명예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그것에 대한 대가로 부와 사회적 지위가 주어지는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그렇게 하나님이 부여한 운명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상류층에 대한 반감이 덜하며, 기업정서도 반감에 차지 않는다. 누구나 대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기업 문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상류층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덜하다. 그만큼 사회가 이미 상하위층 사이에 역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또한 애써 상류층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도 덜하다. 그럼 동양권은 어떨까?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 원작을 대만과 한국에서 리메이크 했다.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되었을 것이다. 상류층 남성들과 서민층 여성이 벌이는 로맨스 판타지다. 로맨스 판타지의 주류흐름이 그렇듯이 여주인공은 상류층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인물은 아니다.

커트 코베인과 같이 상류층 문화에 대해서 일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상류층과 관계 맺기를 염원하지만, 여주인공은 그것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여주인공에 상류층 남성이 관심을 갖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남들은 욕망하고 염원하는 상류층에 저항하고, 쿨 해야 그들과 맺어진다는 역설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주인공 스스로 상류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사랑을 맺으면서 대리적인 신분상승을 구가하려 한다.

이들 세 나라는 전통적인 정서가 많이 남아있다. 전통적인 계급사회가 많이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부존자원이 없을수록 내부경쟁은 치열하고, 일정한 자원과 부는 한쪽에 쏠리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렇게 보았을 때는 이중적인 심리가 나타나기 쉽다.

상류층에 대한 반감과 선망이다. 자원을 많이 확보한 이들은 그만큼 다른 이들의 위에서 군림하고, 그것은 권력과 힘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미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이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통제감을 원하는 심리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선망한다.

‘꽃보다 남자’에서 준표에 대한 시선이 이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그러한 성공한 상류층이 될 수 있는가다. 예컨대, 아메리칸 드림 같은 것이다.

일본은 사회가 정체되고,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상하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상하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에서 상류층은 정당한 대가를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로 생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통적으로 부자들의 삶이 사치스럽고, 낭비적이라는데 초점을 맞춘다.

현실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물질지향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정신적인 황폐함에 처해있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적 기류가 있다. 이러한 점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파리의 연인’ 같은 작품에서 메시지의 골간이었다. ‘꽃보다 남자’도 그렇듯이 상류층 여성은 모두 속물이고, 서민출신 여주인공은 자신 스스로 주체적이면서도 순수하다.

상하계층의 이동 폐쇄성은 ‘꽃보다 남자’ 같은 콘텐츠를 생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자신이 상류층이 될 수 없는 구조는 두 가지 심리를 파생시킨다. 자신이 상류층이 될 수 없다고 상류층과 관계를 맺어 그들의 반열에 오르려는 심리다. 다른 하나는 일순간에 프리 라이더처럼 상류층이 오르려면 욕구에 대한 비판심리다.

열심히 노력을 한 대가로 상류층이 될 수 없는 사회에서는 겉으로는 상류층에 반감을 드러내게 하지만 속으로는 선망의 심리를 잉태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계층이동성이 떨어지는 사회에서 ‘꽃보다 남자’같은 콘텐츠는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로 높은 시청률을 보이게 된다.

´꽃보다 남자´에 대한 부가적인 논쟁은 한국사회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일반인이 왕족이 된 사실에 널리 화제가 되는 것은 상류층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과 사회의 비유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왕족이 없기 때문에 기업상류층(재벌)들을 등장시킬뿐이다. 만약 이러한 콘텐츠가 미국에서 만들어진다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다. 자기 개인 스스로 성공해 상류층이 되는 모델을 제시하며 강대국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꽃보다 남자´의 F4는 자수성가한 인물들이 아니라 부모 덕에 사치스런 고교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할리우드 환타지 로맨스에서 부유한 인물은 자수성가를 중요시 한다. 어쩌면 ´꽃보다 남자´ 같은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계층 고착성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