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8 février 2008

[서평] <상징에서 동원으로: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문화적 동학> - 오마이뉴스

한국 사회가 민주화된 가장 큰 동력을 ‘운동’에서 찾는 것은 그리 특이한 관점이 아니다. 국민의 정서와 지향을 대변해야 할 제도 정치체계가 무력했을 때, 어떤 희생도 감당하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집단적 행위가 운동이었다. 특히 피의 살육전이 펼쳐졌던 광주에서 시작된 80년대는 낭만보다 절규가, 희망보다 분노의 감정이 더 컸던 긴장의 시절이었다.

80 년대의 저항은 왜 그토록 처절했을까? 그 당시 운동 참여자를 지배하고 있던 감정은 무엇일까? 당시 시위현장에서 진행되는 의례는 어떤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시켰을까? 그 시절의 그 세대는 오늘날도 같은 문화적 자산을 유지하고 있을까?

운동의 출현, 구조인가 문화인가?

1980 년대까지만 해도 주류 사회운동 연구는 주로 집합행동이 발생하게 된 정치사적 맥락이나 구조적 변인, 혹은 운동발생에 필요한 자원들을 파악하는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경향은 운동이 일어나는 특정한 정치적 기회구조를 분석하거나, 운동을 ‘산업’과 유사하게 보면서 운동의 확장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가의 여부로 분석하는 미국식 전통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구 조를 강조하려는 경향은 운동과 혁명을 사회병리적인 현상으로 보는 초기 집합행동연구경향에 대한 반발에서 나타났다. 사회운동의 초기 연구자들은 공황(panic), 폭동, 광란, 집단 히스테리, 유행, 유언비어를 집단행동의 중요한 특징으로 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행위자보다 구조적 맥락을 중시한 연구경향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런 경향에선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크게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신념이나 관념, 분노 등은 대부분 운동에서 존재하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생산물이라기보다 연구에 앞서 이미 주어진 것으로 치부했다.

그 러나 운동론에 대한 전혀 다른 전통이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이른바 ‘신사회운동론’은 미국식 전통이 경시해오던 이데올로기나 대항 헤게모니, 집합적 정체성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중요성을 부여했다. 구조보다 특정 구조 내에서 작동하는 문화적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런 두 경향은 1990년대를 거치며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오고 있다. 대체로 현재 사회운동연구는 운동 탄생의 정치적·구조적 변수를 파악하는 정치적 기회구조론과 운동참여자 간의 ‘공유된 인식’을 다루는 프레임 이론, 개인이 조직이 참여하거나 조직 간 연대가 일어나는 동원구조 파악하는 연구경향을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동원을 창출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큰 주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