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1 février 2008

[야!한국사회] ‘그녀들’의 정체 / 김영옥 - 한겨레신문

알파걸, 골드미스, 줌마렐라, 헤라, 나우족, 아티즌, 나오미족 …. 최근 인터넷과 대중매체에서 유포되고 있는 여성 관련 신조어들이다. ‘새로운’ 여성들을 일컫는 이 말들에서는 꽤나 수상쩍은 기미가 느껴진다. 이 용어들이 가리키는 여성들이 어떤 면에서 새롭다는 건지, 이처럼 새로운 여성들의 등장을 가능케 한 환경의 변화는 무엇이라는 건지?

그러나 특정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을 강조하는 이런 신조어의 지속적인 탄생에서 나는 오히려 ‘이런 용어를 만들 때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가 무엇일까’가 더 궁금하다. ‘된장녀’ 이후로 사람들은 여성과 관련해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인 게 틀림없다. 그 재미의 핵심이 무엇인지, 저 말들의 조성을 살펴보자.

그리스 신화에서 질투심 많기로 유명한 헤라가 주로 한 일은 바람둥이 남편 제우스가 탐하는 여성들을 처벌하는 일이었다. 이 여신은 화장품 광고에서 매혹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일단 성공하더니, 주부이면서(Houswives), 고등교육을 받았고(Educated), 인생의 제 2부를 새로 시작하는(Reengaging) 적극적이고 활동적인(Active) 중년의 여성을 대변하게 되었다. 동일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이 책은 강력한 소비력과 자녀교육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년의 주부를 강조한다. 이 여성들이 기업의 마케팅 대상 1순위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골드미스는 ‘시집 못 가서 히스테리나 부리는’ 올드미스를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줌마렐라는 아줌마와 신데렐라라는, 그동안 매우 성차별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두 용어의 ‘전복적 전유(?)’이고, 50~60대 이상의 여성을 가리키는 나우족(New Older Women)과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여성들을 가리키는 나오미(Not old image)족에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고 우아하게 산다는 평가가 담겼다. 아티즌은? ‘테크놀로지나 문화와는 무관’하다고 알려진 저 ‘파마머리 뽀글뽀글한’ 아줌마도 얼마든지 네티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다 여성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이게 바로 ‘재미’의 핵심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