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3 mars 2009

´도자기 전쟁´ 임진왜란과 조선 도공 - 데일리안 / 2009-02-22

<칼럼>조선백자의 혼이 숨쉬는 아리타마을의 도조 이참평 기념비

1592년의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말한다. 선진문물의 약탈을 위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도공만이 아니었다. 금공(金工) 석공(石工) 목공(木工)은 물론 세공품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17세기 초까지 백자를 만드는 기술은 중국과 한국만 갖고 있었다.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 휩싸여 일본의 영주들은 경쟁적으로 도공들을 잡아갔다.

임진왜란 때 끌려가 일본에서 백자의 세계를 연 이참평이 그 중심에 서있다. 그는 유전(有田)에서 백자의 원료가 되는 흙을 발견하였다. 이를 사용해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자기를 빚었기에 그는 지금도 도조(陶祖)로 추앙받고 있다. 일본에 잡혀간 조선 도공들은 영주들의 극진한 지원 아래 마음껏 예술성을 살릴 수 있었다.

기술을 천시하던 당시 조선에서 천민 대접을 받으며 자기가 만든 작품에 이름도 새기지 못하였던 조선 도공들은 자신 명의로 된 도자기를 빚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도자기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을 시켰다. 조선 도공들은 큐슈지역을 중심으로 정착하면서 자신의 혼을 담은 백자, 청자를 만들면서 일본의 도자기 수준을 높였다.

지금도 아리타 마을에 가면 그를 기리는 거대한 기념비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 앞에는 영광스럽게도 도예의 조상으로 추앙하는 도조(陶祖)라는 말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이참평기념비로 오르는 언덕길에는 무궁화가 피어 있다. 4백년 전의 조선인 이참평을 기리며 꽃마저 그의 조국의꽃 무궁화를 심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산 정상에 거대하게 ´도조 이참평 기념비´를 세우고 또한 신사(神社)까지 만들어 추앙하고 있다.

간이역 같은 작은 역에 하루 몇 번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그뿐, 적 막하기 그지없는 그곳은 겹겹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다. 폭설이라도 만나면 꼼짝없이 갇혀 버릴 형국이다.

검은 기와지붕마다 푸르스름한 이끼 덮인 도자기 가게 거리를 걸으면 시간의 숨결과 옛 조선 도공들의 호흡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그러면서 한편 쓸쓸하다. 왜 아리타 자기의 스승 나라인 한국에는 이런 ´시간의 앙금´, ´세월의 숨결´을 찾을 수 없는가. 왜 강진, 여주, 이천은 오랜 도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급조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가.

왜 우리에게는 아리타가 없고 경덕진(중국의 유명한 도요지)이 없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으되 전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리라. 대대로 천황의 어용식기와 다완을 공급해왔다는 유서 깊은 고란샤가 있는 아리다야키의 성지 아리타.

인구 일만 삼사천에 도자기 가마만 이백여개에 이르고, 삼백여곳이 넘는 도포(도자기 가게) 중에는 13,14대를 이어온 고포가 예사로이 있는 곳.

이참평은 이곳에서 사백여년을 정신적 지주가 되어왔다. 도자기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임진왜란때 조선에 원정온 이곳 번주 니베시마 나오시게에 의해 하카다 앞바다로 끌려온 한 조선 도공은 이곳에서 아리타 자기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가 발견했다는 백자광´이즈미야마 자석장´과 가마터´텐구 다니´는 물론, 그가 눕고 앉은 곳마다 모두 사적이 되어 있었다.

한일 양국의 새로운 우호친선을 바라는 아리따조오의 주민의 모금기부에 의해서, 도조 이참평 기념비가 1990년 10월 한국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 33-1번지에 새로이 건립되었다.

이것은 아리타따조 유지로 구성되는 도조 이참평 기념비 건설위원회가 한국의 사단법인 한국도자기 문화진흥협회에 건립장소 선정, 비문작성, 비의 제작 등을 위탁해서 건설한 것이며, 이후 매년 방한 연수하는 아리따조오 소학교 6학년 전원이 이곳을 방문하여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후세를 위한 교육 자료로서 이용되어지고 있다.

공주는 또 하나의 아리타인 셈이다. 태생지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이참평의 비석이 서게 된 것은 바로 그의 혼이 시켜서 된 일이 아닐까. 뼈는 이역에 묻혀 이미 그곳의 흙이 되었지만 혼 만은 이곳에 돌아와 깃들이고 싶었던 것이리라.

글/이정복 동산도기박물관 관장

이 기사는 박물관뉴스와 데일리안의 업무협약으로 게재합니다.
박물관뉴스(museumnews.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