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6 mars 2009

남북역사도 괴리 - 한국일보 / 2009-03-11



남북한의 역사 이질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10일 "최근 입수한 북한의 '조선력사지도첩'을 분석한 결과 특히 고대사 부분에서 우리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와는 접점을 이루기 힘들 만큼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력사지도첩'은 북한 사회과학원과 국가측지국이 10여년의 작업을 거쳐 2007년 11월 30일 발행한 역사지도다. 송 교수 등 국내 역사학자 20여명은 지난달 23~28일 개성 만월대(고려왕궁) 발굴 자문회의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에서 이 지도를 구입했다.

'조선력사지도첩'은 A4 용지 크기로 김일성ㆍ김정일의 교시, 목차 외에 본문 109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도첩은 한반도 구석기시대의 출발점을 30~50만년 전으로 보고 있는 남한측 역사학계와 달리 그 출발점을 100만년 전으로 설정해 시대구분표를 작성했다. 전체적으로 고대국가의 건국 연대를 끌어올리고 영토를 광대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지도첩에 따르면 고조선(단군조선)은 기원전 2,333년이 아니라 기원전 30세기 초에 시작한다. 이후 중국 북부와 한반도 남부까지 영역을 확장한 뒤 기원전 15세기에 '후조선'으로 교체되며, 같은 시기에 고대국가인 부여와 구려가 성립한 것으로 되어있다.

여기서의 부여는 우리가 아는 부여와는 다른 것이며, 우리가 아는 부여는 '후부여'라는 이름으로 기원전 2세기 말 지도에 등장한다.

고구려의 건국 연대도 기원전 37년이 아니라 기원전 277년까지 앞당겼다. 또 6세기 말의 고구려는 한반도 대부분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ㆍ내몽골자치구, 허베이(河北)성 일대뿐만 아니라 러시아 아무르주와 연해주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로 나와 있다.

송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남북한의 고대사 체계가 완전히 이질화되기 시작한 것을 이 책자는 보여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북한의 이 같은 고대사 기술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 역사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으로 보인다"며 "남북한 역사학자들의 교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