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11 mars 2009

[美교과서 한국사 전면 개편 운동 불붙다] - 매일경제 / 2009-03-08

최미영 다솜학교장.던컨 교수 등 청원서 제출

"미국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 배우는 게 사실상 `6.25전쟁'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입니다. 미국 교과서 개편 운동은 한국을 제대로 가르치도록 하는 우리의 정당한 노력이자 의무로 생각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국학교와 한인 사회가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상대로 미국 일반 사회 교과서 내용에 한국 역사를 적극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며 교과서 개정 청원 운동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내 `한국학의 대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 LA캠퍼스(UCLA) 한국학 연구소 존 던컨 교수 등 뜻있는 미국인들도 이 운동에 가담했다.

캘리포니아주 다솜 한글학교 최미영 교장 등 미국 교과서 개정 운동 모임 대표들은 지난 5일 새크라멘토 주정부 청사에 있는 교육부를 방문, 미국의 사회 교과서 중 한국사 부분을 전면 개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왜 한국인가(WHY KOREA)' 제하의 청원서를 직접 제출했다.

최 교장은 지난해 11월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던 일본계 미국인의 자전적 소설 `요코 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를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어학 추천 교재에서 스스로 퇴출시키는 결정을 내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최 교장은 7일 오전(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 밀피타스에 위치한 다솜 한글학교 사무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학생들이 한국을 일본의 과거 식민지이자 6.26 전쟁의 참상지로만 배운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한.미 관계의 발전 속도에 걸맞게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한국의 교과 과정 개편과 마찬가지로 주요 교과목(K-12) 별로 6-8년마다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2010년부터 적용될 교과 과정에 대한 심의 및 평가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주정부는 최근 주요 교과 내용을 심의, 개편하고 교과서의 기본 골격과 방향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FRAMEWORK)' 일정에 들어갔으며 2010년 시행을 목표로 오는 6월께 교과목 개편 방향과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학교가 입수한 캘리포니아주 기존 교과 내용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과정부터 6학년까지는 한국 역사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우리의 중학교 과정인 7학년의 경우 불교의 전래 과정을 설명하면서 중국과 한국이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 간단히 소개된다.

미국 10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한국 역사와 관련, 냉전 시대와 6.25 전쟁(KOREAN WAR)을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상황 설명이 한 차례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 학년에 걸쳐 한국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최 교장은 전했다.

최 교장은 캘리포니아주 주정부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한국 역사와 관련한 7개항의 주요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 교과서 개편 청원서에 담긴 한국사 관련 주요 항목은 ▲지정학적 중요도 ▲한국의 지리 ▲한국의 혁신적 문화 ▲한국 경제와 IT 강국의 면모 ▲한국과 캘리포니아 관계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모델로서의 한국 ▲경제 리더로서의 한국의 중요성 등이다.

최 교장은 "한국은 국민 90% 이상이 무선통신 기기를 사용하는 IT 강국이자 무역 대국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미국 학생들이 배울 수 없다면 한.미 관계의 미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한국의 이미지를 일신하고 역사.문화적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sy@yna.co.kr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