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3 mars 2009

임나(任那) - 문화일보 / 2009-02-24

“일본인들이 한국 역사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습니다.”

예순이 넘은 일본인 만학도가 25일 고려대에서 한국사 졸업장을 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이와타 스스무(岩田進·65). 그는 일본의 한 제조 회사에서 정년퇴임 한 뒤 2005년 홀로 한국으로 건너와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는 한국 유학과 관련, “30년 전 박물관을 들렀다가 부여에서 출토된 백제시대의 미술품들을 본 순간부터 품어왔던 꿈”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고미술품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니 일본의 고대문화가 한국에서 유래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 후 그는 무려 30년 동안 2박3일, 3박4일 등 짧은 체류 일정으로 무려 77번이나 한국을 오고갈 정도로 열성파였다.

그러나 공부하면 할수록 가까운 줄로만 알았던 양국의 거리도 새삼 멀게 느껴졌다고 한다. 일본에는 한국의 고대사는 물론 근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소개된 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있어도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기술된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 지배의 명분으로 이용한 ‘임나(任那)일본부설’만 해도 그렇다. 한·일 역사의 첫 실타래부터 꼬이게 하고, 한일 병합의 명분으로 활용되기도 한 이 주장은 웃음밖에 안나온다. 4세기경 신공왕후가 이끄는 왜군이 신라와 백제를 복속시킨 다음 가야 지역에 일본 속국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 魏志東夷傳) 왜(倭) 편에는 당시 왜인이 기승(騎乘)을 몰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말(馬)도 없는 국가라는 뜻이다. 일본은 당시 통일정권조차 들어서지 못한 부족국가 시절이었다. 반면 왕권국가인 가야는 차원이 달랐다. 가야 유적에서는 기병의 갑옷과 무기, 그리고 말에 씌운 마갑(馬甲)까지 발견될 정도다. 무기는 창처럼 긴 무기와 활·화살 같은 원거리 무기가 많았다. 반면 일본은 단검이 주류였다. 일본의 화살은 동으로 돼 있어 철갑옷을 뚫을 수조차 없었다. 일본에 말과 철기를 전수시킨 국가 역시 가야다. 누가 누구를 지배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간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일본에 “독도는 한국 땅이다”고 당당히 외치는 기미지마 가즈히코(君島和彦·64) 서울대 교수와 이와타와 같은 양심적인 지식인이 있기 때문이다.

[[오창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