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 décembre 2008

“한국 역사교과서 통제는 짜낸 치약 다시 넣는 격” ‘한국 근현대사 권위자’ 브루스 커밍스 지적 / 한겨레, 2008-11-25

“국가의 정통성은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통해 나오는 것이지, 교과서를 통제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조작해서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사진) 미국 시카고대 교수(역사학)는 25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좌편향된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약화시킨다’는 한국 정부와 보수 진영의 주장에 일침을 놨다.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커밍스 교수는 이달 초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작업 중단을 요구하는 국내외 역사학자들의 서명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모래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처럼 불편한 과거사에 대해 무작정 귀를 막으려 하고 있고, 이는 ‘국가적 자긍심’을 명분으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우익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한국 현대사의 고통스런 장면들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일이 국가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과거의 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역사의 희생자들과 그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 대립하는 관점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을 풀어내는 일”이 국가의 정통성 차원에서도 훨씬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압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역사교과서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역사를 호도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잃어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이명박 정부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나 있었을 법한 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근현대사가 이룬 성과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 연구에서 새로운 성과들은 ‘치약 튜브에서 치약을 짜내는 것’처럼 만들어진다”며 “한국 정부는 짜낸 치약을 다시 치약 튜브에 밀어넣으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