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6 mars 2008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무엇인가? / Naver 오늘의 책 -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지리학자가 분석하는 아파트 제국의 모든 것

"아직도 강북의 단독주택에 사세요? 서울의 부유층 사이에 회자되는 농담 중의 하나인 이 말은 아직도 현대화되지 않는 낡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본문에서)

저자 발레리 줄레조의 특이한 경력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눈에 띄게 된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연구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녀가 서울을 처음 방문한 1993년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놀라 이를 연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니, 이 책은 프랑스 지리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아파트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내집 마련의 꿈은 어느덧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으로 대변되어 왔다. 분양가는 날로 상승하고 층수는 고층화하며, 개별 아파트의 면적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또한 거대화돼 간다. 고급화하는 아파트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도시의 주거공간이고, 마땅히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교육받은 저자가 보는 한국의 아파트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씨테' 등의 저급한 생활환경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프랑스 아파트와 달리 그 규모에서부터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대단지로 건설된 한국에서의 아파트에 대한 열광. 저자는 이 점을 먼저 이해해야 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밀도는 치솟고 다분히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은 아파트뿐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그녀는 가차없이 철퇴를 가한다. 우리 경제개발의 역사와 관련 법률까지 자세히 추적한 흔적은 서구인으로서 본 한국의 전통과 현대성, 서구성과 한국성의 대립적 관점을 해석하는 부분에서 결정을 이룬다. 정치-경제적, 또 사회-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시각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그녀의 논리는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녀는 분명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아파트라는 매개체에 시선을 고정했지만, 그 근본에는 '한국적인 것'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가 확대재생산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와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의 역할, 그리고 정치-문화적인 원인들을 포함해 한국 아파트가 가지는 특수한 위치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특히 깊이 있는 연구가 계속될수록 저자가 우리의 문화와 사회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점은 독자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관련 전문가뿐만이 아닌, 주민들이나 경비실 근무자와의 대화, 통계자료, 관련 서적과 더불어 역사 인식에 관한 그녀의 관심도 독자를 놀라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단지 아파트가 사회발전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녀만의 높은 식견으로 충고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는 그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251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정만서님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책과 끝 없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39세 애 아빠. 네이버 '북꼼'과 '북코치 책을 말하다 북카페'에서 활동 중. http://blog.naver.com/alpha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