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6 mars 2008

"스웨덴에서 자란 입양인이 왜 한국을 그리워하죠?" - 프레시안뉴스

[기고] "다민족 사회 한국, 국제입양에 열린 태도 가져야" 2008-03-25 오전 8:23:20
박정준/서울대 비교문학협동과정 박사과정

한국인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외부에서 한국인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녀들의 수다'도 한국에 체류 중인 소위 '미녀'들의 입을 통해 우리 안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의 투영으로 보인다.

"한국, 아이들을 스웨덴으로 보내는 나라"

필자가 스웨덴에서 머물렀을 때 만난 스웨덴 인들에게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첫 번째 느낀 것은 한국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였다.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한 채 뭉뚱그려 'Korea'로 생각하거나, 독재정권이 무자비하게 시민을 학정으로 몰아붙이며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는 위험한 나라로 여기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웨덴에 입양을 대거 보내는 나라'라는 점인듯 했다.

한국인들이 선진국들의 모임이라할 수 있는 OECD에 가입한 윤택한 국가로서 88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을 개최한 부강한 이미지로 인지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과 달리, 스웨덴 생활 중 맞닥뜨린 한국에 대한 현지 인식은 그 기대와 현저히 동떨어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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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부채감으로 해외입양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불행을 쉽사리 단정 짓거나, 뻔질나게 선진국 흉내를 내면서도 여전히 해외입양을 숱하게 보낸다는 비판 못지않게, 이제는 해외입양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입양인에게 '한국인' 규정, 강요 말자"

해외입양인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치명적인 복지제도의 누수나 여전히 가시지 않은 채 온존하고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결부돼 있다.

누구나 아이를 기를 권리를 향유하며, 그 권리를 지원할 제도가 뒷받침돼 있고, 다양한 형태의 가구(household)를 인정하며, 이른바 사회지도층부터 입양을 널리 실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현되고, 마지막으로 입양에 관해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매스미디어가 늘 때 차츰 해외입양의 문제는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나아가, 한국인은 이제 열린 마음으로 해외입양인과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소통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대화에서 선험적으로 해외입양인을 '한국인'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소통에 하등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