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6 mars 2008

대한민국 건국 적극적 평가… 좌파-민족주의 시각 비판 - 문화일보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의 ‘교과서포럼’(공동대표 이영훈·박효종·차상철)이 23일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는 기존의 역사서술과는 사뭇 다른 논조를 띠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시종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는 것. 또 좌파 혹은 민족주의 시각에 입각한 역사서술이나 해석을 비판하면서 기존의 역사상식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하고 있다.

◆ 개항과 일제시대 = 개항이 초래한 한국사회 변동에 대해 종래의 역사서술은 대체로 침략과 수탈, 저항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했으나 대안교과서는 개항장 확대와 이에 따른 국제무역 증대, 쌀·콩 경작 확대, 외국은행 진출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아울러 부각시켰다. 논란이 뜨거운 식민지시대 한국사회의 성격에 대해서는 “일제의 한국지배는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 체제였다”고 규정하면서도 이 시기에 완전한 의미의 근대적 신분해방과 사유재산제도가 이뤄지고, ‘모던 보이’와 같은 근대의 인간군상이 탄생한 시기라는 측면도 강조했다.

기존 역사학은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으로 한국인 상당수가 토지를 빼앗겼다고 적고 있지만 대안교과서는 그 결과 “전국의 모든 토지에 대해 토지대장, 지적도, 등기부가 작성”되었으며 “국가가 토지재산에 대한 증명제도를 완비함으로써 토지거래가 활성화하고 토지를 담보로 한 금융이 발전하였다”고 주장했다.

◆ 이승만과 박정희 =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 그리고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적극 평가했다. 또 남북분단은 스탈린의 지령을 받은 김일성이 먼저 시작했고, 6·25 전쟁은 남침임을 분명히 했다.

대안교과서는 이승만에 대한 기술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6·25 전쟁 중 이승만의 주도로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전시작전 통제권의 미국 이양에 대해 기존 역사학에서는 한국의 자주권을 포기한 굴욕으로 평가하지만, 대안교과서는 “공산주의 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이승만의 비타협적 반공주의가 반대파나 인권을 탄압하는 부작용을 빚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의 기틀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올바로 잡는 데 동시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는 것이다.

박정희의 집권과정을 ‘군사쿠데타’, 10월유신을 ‘또 한 차례의 정변’으로 규정하면서도 “그는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민족의 사대주의, 자주정신의 결여, 게으름, 명예심의 결여를 증오했으며, 그 결과로 빚어진 민중의 고난과 가난에 근원적으로 분노했고,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소수 엘리트의 지도적 역할을 중시했다”고 적었다.

한편 교육현장 배포와 일반 판매를 위한 이번 대안교과서는 각 분야, 각 시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인물 소개에 주력해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씨 외에도 포철 신화를 이룬 박태준씨라든가, 이미자, 조용필씨도 소개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