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4 août 2008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7개월 / 강원일보 - 2008년 7월 22일

“양성평등 발판” vs “인권침해 요소”

“뿌리 깊은 가부장적 유교사상을 도려낸 파격적 제도” “여성인권향상의 가면을 쓴 인권침해 제도”.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법에 대한 상반된 평가이다.

수십년 동안 동사무소를 지배해 왔던 호주제 대신 새로운 신분등록제로 떠오른 가족관계등록법은 이제 시행 7개월을 맞아 정착단계에 이르렀지만 도입 초기때와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의 인권상담소 및 여성의 전화 등에는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하소연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급기야 시대를 역행하는 신분등록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을 만들어내는 가족관계등록법을 살펴보자.

호적법 대체위해 제정 성(姓) 변경 신청 줄이어

파양·출산 등 개인정보 상세 기록 … 개선 목소리

◇양성평등 실현 위한 발판

가족관계등록법은 지난 2005년 ‘남녀의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호주제는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마련됐다.

각 가정의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호적법을 대체하기 위해 제정된 셈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은 가족 개인별로 1인1적 형태의 가족관계등록부 도입과 부부가 협의시 어머니의 성·본을 따를 수 있는 부성주의 원칙 수정을 기본으로 한다.

아 버지 또는 어머니의 청구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 가능한 자녀 성(姓) 변경제도, 친양자 입양시 양부의 성과본으로 변경할 수 있는 친양자제도가 자녀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에 따를 수 있는 성(姓)변경제도도 함께 시행됐다.

과거 호적법에 근거해 등·초본으로 처리됐던 서류는 용도에 따라 5가지 증명서로 나뉘어 발급됐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해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인데 이들 서류에는 공통적으로 본인의 등록기준지 및 성명, 본,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다.

◇호주제 계승한 무늬만 가족관계법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증명서는 바로 입양관계 증명서와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이다.

양부모 또는 양자의 인적사항이 적나라하게 기재되며 과거 파양에 대한 기록까지 남아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재송 홀트아동복지회 강원사무소 상담과장은 “자녀를 공개입양한 가정일지라도 과거 입양사실은 가족전체에게 묻어두고 싶은 상처가 될수 있다”며 “서류 한장으로 가족 전체가 고통당할 수 있는 오류를 갖고 있다”고 했다.

혼인관계증명서 역시 여성의 인권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이다.

결혼 이전의 출산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증명서에 포함되면서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은 물론 개인정보 노출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취업준비생 진모(29·춘천시)씨는 “과거 출산 등의 경험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혼인관계증명서는 여러모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 성(姓)으로 바꿔주세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는 여성도 자녀에게 자신의 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된지 6개월만에 성변경 신청건수는 전국적으로 1만2,349건에 이른다.

신청자는 그동안 호주법에 억눌려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야 했던 재혼여성이 대부분이다.

도내에서도 적지않은 이들이 성(姓)변경을 신청하고 있다.

춘천지방법원 및 원주·강릉·영월·속초지원에 따르면 도내 자녀성(姓) 변경신청건수는 346건이다.

이중 234건이 성(姓) 변경허가 결정을 받았고 기각된 사례는 단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09건은 현재 처리중이거나 중간에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자녀의 성(姓) 변경 역시 가능해지면서 혈연에 매여있던 호주제와는 다르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제도 개선 목소리 높여야

가족관계등록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가족관계편성을 기본전제로 했던 의도와는 달리 인권침해 등 너무나 큰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및 정부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부는 지난 4월 입양아의 기본증명서에 ‘기아발견’표시를 삭제하도록 대법원과 협의했다.

또 불필요한 증명서 제출로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위해 공기업 등 주요공공기관에 각종 증명서제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춘실 춘천가정법률상담소장은 “따끔한 비판과 질책을 통해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여성이 먼저 꾸준한 연구를 통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