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6 août 2008

113년의 국어교과서가 한 자리에…650여점 최초 공개 / 쿠키뉴스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13년간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사용된 국어교과서 650여점이 처음으로 한 곳에 모였다.

서울 정독도서관은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6일부터 서울교육사료관에서 ‘철수와 영이 그리고 바둑이’라는 제목으로 국어교과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국어교과서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다.

한국 최초의 국어교과서는 1895년 8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 해당하는 조선 정부의 학부가 개발한 초등학생용 국민소학독본이다. 이 책은 국내외 지리와 역사, 기술, 상업, 과학, 윤리 등 모두 41개 분야를 아우르는 일종의 통합교재로 우리나라 개화기의 물꼬를 텄다.

1896년 발행된 신정심상소학에는 한국 국어교과서 사상 처음으로 그림이 실렸다. 이 책에는 ‘똘똘한 학생’ 김지학과 ’바른생활 사나이’ 박정복이라는 두 학생이 등장해 개화기의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철수와 영이의 선배격인 이들은 그러나 한일합방과 함께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국어교과서는 일제강점기에 암흑기를 맞았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조선총독부가 보급한 조선어독본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한국인상을 그렸다. 국어교과서가 한국인에게 열등감을 부추겨 일본 제국주의에 순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38년부터는 교과서에 한국어 사용이 금지됐다.

8·15 광복 직후 교과서 중에서 국어교과서가 가장 먼저 부활했다. 36년간 일제 식민지 생활로 우리말 보급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조선어학회가 미 군정청의 도움을 받아 45년 9월 펴낸 ‘한글 첫 걸음’은 한글 문맹 퇴치의 선봉장이었다.

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 역시 초등 국어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부터 서둘러 편찬했다.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친숙한 교과서의 주인공 철수와 영이, 바둑이가 이 때부터 등장했다. 이 교과서는 주인공들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국어교과서는 55년 1차 교육과정 이후 7차례 개정을 거쳤다.

정독도서관 유왕준 관장은 “이번 전시회가 우리말, 우리글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내년 2월 21일까지 계속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