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4 août 2008

호주제 폐지 등 관습 변화에도 결정적 역할 / 문화일보 - 2008년 7월 15일

60세 ‘헌법 翁’, 정치·사회 현안 방향 제시 /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제헌절인 17일, 60세가 되는 ‘헌법옹(翁)’은 지난 세월 동안 수없는 정치·사회 현안에 방향을 제시하면서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왔다. 국가 법규범의 최고 어른인 헌법옹이 호주제, 과외금지 등 사회 현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대통령 탄핵 등 첨예한 국론대립때에도 방향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생활 변화 = 2000년 4월 학원 및 대학생 과외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과외를 금지시킨 법률 조항에 대해 “사회적 해악이 없는 교습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자녀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옹은 그러나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야했다.

당구장에 청소년들이 출입하게 된 것도 헌법옹 덕택(?)이다. 1993년 5월 문화체육부가 시행규칙을 통해 당구장에 청소년 출입금지 표시를 달도록 한 것은 당구장 업자에게 불이익을 줘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숙취해소 음료 역시 헌법옹의 판단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음주 조장을 막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며 1998년 10월 제품 포장에 ‘음주 전후’, ‘숙취해소’ 등 표시를 금지하는 고시를 만들었지만 헌법옹은 2000년 3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국론 통합, 사회관습 변화 = 2004년 3월 국회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과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와 국정 파탄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헌법옹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헌법옹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발언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어서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측근 비리는 탄핵사유가 안되는 데다 경제 파탄 역시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면서 갈라진 국론을 봉합했다.

그동안 가족제도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호주제가 폐지되는 데도 헌법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련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것. 이로 인해 자녀가 어머니 성(姓)을 따를 수 있게 됐고 가족 제도 근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숙제 = 이처럼 헌법옹의 사회 갈등 해결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해결해야할 숙제도 많아지고 있다. 탤런트 옥소리씨 등이 제기한 간통죄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뇌사 상태 등 환자에 대한 존엄사 문제, 국민 촛불을 밝히게 했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쇠고기 고시, 태아를 성감별해 줘도 되는지 여부 등 현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