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 juillet 2008

일본 정탐꾼이 본 1893년 조선 - 문화일보

조선잡기 / 혼마 규스케 지음, 최혜주 역주 / 김영사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했던 1893년 조선 침략의 첨병이었던 혼마 규스케(本間久介·1869~1919·필명 여수거사·如囚居士)의 조선 정탐기. 그는 부산에 머물면서 경성, 중부, 황해도와 충청지방까지 염탐, 1894년 일본의 이륙신보에 두 달간 연재한 뒤 154편의 글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그는 한국이 4000년이나 된 오랜 역사의 나라로 일본 상대(上代)의 개화를 이끈 나라이나 독립한 적이 드물고, 볼만한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기록한 내용을 보면 정말 그런 생각도 든다. 어린아이 필독서인 동몽선습에 중국을 중화라고 하고 스스로를 소중화로 칭하는 등 사대풍습의 유래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인은 정직하다기보다는 단순하고, 희로애락은 현금적이다, 눈앞에서는 은혜에 감동하고 위엄에 복종하지만 조금 있으면 모두 잊어버려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의 무예는 궁술밖에 남아있지 않고 상하가 어두워져 기개가 이미 죽었다고 평가했다. 한인은 스스로 칭하여 예의의 나라라고 하는데 대개 허례(虛禮)이고, 실례(實禮)는 빈약하다. 정치적인 눈으로 시찰하면 조선사람은 어둡고 낮잠 속에 있다고 평가했다. 언어와 풍습, 문화, 지리, 제도 등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명료한 분석이 부분적으로 현재에도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 정신이 번쩍 든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