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6 juin 2008

'도시 개발'은 정치인들 도구인가 무기인가 / 인천일보 - 2008년 5월 21일

인천시의 밀어붙이기 식 개발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터져나왔다. 하지만 안상수 시장을 비롯한 시의 정책 입안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품도시'라는 해괴한 슬로건을 내세우며 인천이라는 도시 공간을 고층 아파트로 채워넣으려 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비판과 저항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로운 개발지를 찾아 혈안이 돼 있다. <황해문화> 여름호(59호)는 '글로벌 도시, 공간정치의 격전지'라는 주제로 특집을 마련해 인천과 여타 지자체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발과 글로벌 도시화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인천 '명품도시' 슬로건 내세우며 '과시적 개발'

초고층 아파트·투기 난무 … 고스란히 시민 피해

특집이라고 하지만 열한명의 필자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해문화> 편집진들이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간정치의 격전지'라는 특집 제목은 다의성을 함축하고 있다. 민선 지자체장 선출 이후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이라곤 오로지 개발뿐이다. 도시 및 지역 공간은 정치인들과 정치의 도구이자 무대로 변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격전지인 셈이다.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은 '투기하는 도시, 정주하는 도시'라는 글에서 인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의 현장을 일일이 좇는다. 그는 개발주의에 대한 당위론적인 비판이 아닌 개발에 의해 땅의 화폐가치를 쫓아다니는 시민의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관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그의 진술은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유치를 반대했던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양산 골프장 저지선이 무너진 지금의 사태를 통해서 침묵하는 시민들의 존재를 파악한다. 박 소장은 인천시 곳곳에서 도시개발 청사진을 비호하는 세력이 암투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의식도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고 한다. 인천 도시발전의 중심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철학도 이론도 인물도 부재하다. 암울한 인천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인천은 내일을 위해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 결국, 정주의식이다.…300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돈 벌면 이사 가고 싶어한다. 그런 인천시민들을 인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참여하려는 시민들과 논의해서 방향을 찾는다면 돈 벌어도 이사 가고 싶지 않은 마을 공동체로 인천을 가꿀 수 있지 않을까."

김란기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 원장은 '내 마음의 지우개, 기억상실증, 그리고 서울'이란 글에서 서울의 과시적 이벤트성 개발 프로젝트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에 추진되었던 청계천 복원사업과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지척에 둔 세운상가 재개발 현장의 무모함을 지적한다. 대를 이어 개발만능주의의 닮은꼴로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및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의 계획 및 성사과정에서 빚어진 과오들을 ?낱이 들춰낸? 동대문운동장이 외국 유명건축가의 브랜드에 침몰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근대건축 유적 말살의 현장을 바라보며 서울시가 추구하는 역사도시로서의 도심재창조의 허구성을 고발한다.

심재현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천 도시 조감도 비판'이란 글에서 인천의 초고층 건물의 비효용성, 반환경적 특성을 밝혀낸다. 심 교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상징적 표상인 송도 151층 인천타워와 65층 동북아트레이드센터, 청라지구의 77층 WTC 건립 계획은 국제 경쟁을 향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미래도시의 랜드마크' 구현이라는 형상적인 접근에서 나온 결과라면 앞으로 수많은 난관과 그로 인한 기존 도시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인 비용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초고층 건축 계획은 형상이 우선이 아니라, 공간의 대량 공급에 대비한 실질적인 수요와 사용 목적에 맞는 공간의 효용성으로부터 도출되는 결과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초고층 개발로 인한 정주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건축물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안전과 방재 대책을 초고층의 특성에 맞는 법과 제도로 개선하여야 하며 에너지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비용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뿐더러 고밀의 건축물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이 사전에 정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천도시개발과 지역경제'라는 글에서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인한 도시개발의 폐해 중 하나로 주민을 갈아 끼워야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정작 도시가 꾸는 꿈의 수혜자여야 할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 재편의 부정적인 단면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왕기 인천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도시의 새로운 화두, 친수공간'이란 글에서 인천의 친수공간 개발의 당위와 전개방향에 대해 일언을 한다. 이왕기 기획실장은 인천은 당초 내륙지역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도시적 용도의 토지가 매립을 통해서 공급되었고, 그 과정을 겪으며 리아스식 해안구조를 갖던 도시 형태는 점차 기하학적인 단순 구조의 해안선으로 변모하게 되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이렇게 매립을 통해 공급된 토지의 대부분에 항만시설과 공업 및 농업용도 그리고 일부 혐오시설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 매립장과 발전소 등이 입지함으로써 사실상 사람이 바다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63km라는 엄청난 길이의 해안선을 보유한 인천이 제대로 된 친수공간을 하나 갖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천의 내륙을 통과하는 하천은 규모가 작거나 건천이었던 관계로 시민들의 접근이 원활하지 못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이 인천의 오랜 숙원인 친수도시로의 접근을 가능케 했지만 그는 현재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이나 각종 단위사업계획에서 친수공간 조성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이나 방향성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백승만 공간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과 파리의 문화적 도시재생'이란 글에서 문화도시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서울과 파리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그는 파리가 보행자중심의 도시체계를 갖추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며 파리의 가로 개념이 보행자편의 뿐 아니라 가로변의 자연환경, 건축유산 보호 등 보다 총체적인 도시환경으로서의 '시민화 거리' 만들기에 주력해왔다고 강조한다. 또한 신도시 라데팡스의 개발과정을 주시하며 국가주최로 실현된 대규모 건축계획들이 국제사회에 프랑스건축을 개방하는 계기가 되고 그로써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었으며 언론과 대중매체는 각 건축계획의 과정을 세세히 보도하고, 때때로 그 현장에서 야기되는 논쟁을 퍼뜨리는 역할을 통해서 건축의 대중화에 기여함은 물론, 자국의 신예 건축가가 세계적 건축가로 급부상하는 장치를 만든 사례를 주목한다. 그는 문화적 도시재생이 디자인 만능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단기성의 과시형 도시화보다 장기적 안목의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에 민관이 힘을 모아야한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소설가 이경자의 신작 <언니를 놓치다>,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작가 양진채의 <딸기 샐러드 이야기>를 비롯, 김해화, 공광규, 정끝별, 윤희상, 박관서, 이면우 시인의 신작시들이 창작란을 채우고 있다.

/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