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di 16 juin 2008

19세기 英여성이 기록한 오지 여행기 / 문화일보 - 2008년 5월 8일

이사벨라 버드 / 이블린 케이 지음, 류제선 옮김 / 바움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나는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이다…’. 시인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에 등장하는 ‘여사’는 19세기말 한국여행기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의 저자로도 익숙한 19세기 여성선각자다.

1883∼1887년 네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영국여성은 ‘어느 모로 보나 단조로운’ 당시 서울을 비롯, 거룻배를 타고 한강 주변 마을의 모습은 물론 조랑말을 타고 금강산, 원산해변 등지의 사람과 풍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책은 모험 가득한 여행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으로 사람들이 가지 않는 위험지역을 찾아다녔던 19세기 여성여행가의 전기다. 여성의 해외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 그는 여성 최초로 중국 양쯔강을 거슬러 여행했고 중국, 티베트의 국경지대를 둘러봤다.

20대 중반 처음으로 미국, 캐나다 여행을 시작한 그는 35세때 모친 사망 후 오지여행을 통해 마음의 병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능력, 외모 등에서 특출나지 않았으며 건강이 나빴던 그에게 의사들은 치료 차원에서 여행을 권했던 것. 첫 여행에서 신체적 통증을 잊고 오히려 기력을 회복한 그는 그후 30년여 세계 각국을 여행한 뒤 영국 집에 돌아가선 여행기를 집필하는 여행작가의 삶을 살았다.

영국서 홀로 감행한(통역 및 하인을 동행하기는 했지만) 그의 논픽션여행기는 영국 등지서 인정받았다. 50세때 주치의 비숍과 결혼했으나 5년간의 짧은 결혼생활 후 페르시아와 티베트, 중국, 한국을 여행했다. 오지여행의 경험을 담은 8권의 여행기 외에, 후반엔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이국 사진집도 펴냈다. 60세 이후에도 거칠고 외딴 지역을 주로 찾았던 그는 영국 런던 왕립지리학회 사상 최초의 여성연설자이자 특별회원의 영예를 안았다.

티베트여행 때는 말이 급류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위기상황에 부딪히는 등 늘 참사와 재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특히 한국 등 극동지역에서의 동양적 생활을 재미나고 편하게 여겼다. 특히 1898년 펴낸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은, 마침 한국과 극동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할 때라 이틀 만에 2000부가 팔렸고, 그를 한국정치 전문가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심신의 병조차 여행을 통해 치유했던 그는 결국 1901년 모로코여행 후 중국여행의 꿈을 안고 70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여성여행가의 여로를 따라 19세기 후반 조선 부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프랑스 시계 등 유럽 상품의 흔적을 발견하는 등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각국 오지의 풍습도 흥미롭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