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10 juin 2009

“조선왕조 의궤는 '불교式' 기록” / 문화일보 / 2009-06-02

우리나라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500여년에 걸쳐 제작된 의궤(儀軌)라는 게 있다.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일본 궁내청 등지에 현재 637종 3000여 책이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의궤는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 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 ‘조선왕조 의궤’란 명칭으로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시대 500여년간 제작된 의궤라는 용어나 형식이 원래 불교에서 기원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신승운(문헌정보학)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5월2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조선왕조 의궤 번역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 정기학술대회에서 “불교, 특히 밀교(密敎)에서 각종 진언(眞言·축문)의 염송과 공양 등의 절차와 방법을 적은 책을 의궤라 불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유가 문헌에선 도서의 명칭을 의궤로 명명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날 학술대회에서 ‘조선 의궤의 분류와 정리방안 연구’를 발표한 신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조선왕조 의궤 중 화려한 비단 장정과 고급 종이, 채색을 갖춘 도판 등 어람용(御覽用·임금 열람용) 의궤에서 경배 대상에 대한 불교적 장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행사가 예정되면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바탕으로 사전에 절차와 방법을 기록한 의주(儀註)를 작성했으며 사후 보고서용으로 의궤를 만들었다. 의궤는 의주에 따라 진행된 행사에 대한 실제적이고 종합적인 기록이다.

의궤는 어람용 외에도 5곳의 사고(史庫)와 예조 등 담당기관 비치용으로 5~10여부가 만들어졌다. 의궤는 편찬 목적에 따라 ▲행사형 의궤(국장도감의궤 등)와 ▲해당 부서의 전례(典禮) 지침을 수록한 서지형(署志形) 의궤(사직서의궤 등) ▲기록형 의궤(실록청의궤 등) ▲의주(儀註)에 대한 사항만을 기록한 의주형 의궤 등으로 구분된다.

이번 발표에서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의 오례(五禮) 분류 체계를 바탕으로 조선왕조 의궤에 대해 보다 상세한 분류를 시도한 신 교수는 중복된 것을 제외한 조선시대 의궤 622종 941책(12만5444장)을 집대성한 ‘한국의궤집성’(영인본 150책)의 편찬을 제안했다. 또 이 중 중요한 것(영인본 100책 정도)을 골라 번역하면 300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