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10 juin 2009

“제국주의 비판 관점서 '동해 표기' 홍보해야” / 동아일보 / 2009-06-02

■ 도르멜스 오스트리아 빈대학 한국학과 교수

“1720∼1800년경 대다수의 서양 고지도가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했습니다. ‘일본해’가 확산된 건 1800년 이후입니다. 당시 조선에 비해 개방적이었던 일본을 먼저 접촉한 서양인들의 편의주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에게 대한해(大韓海)나 조선해(朝鮮海)였던 바다를 ‘일본 내륙해’로 강요했습니다.”

4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동해 표기와 일본 식민주의의 관계’를 주제로 특강하는 라이너 도르멜스 오스트리아 빈대학 동아시아학연구소 한국학과 교수(52)는 동해 표기 문제는 단순히 서양 고지도에 나타나는 통계를 볼 게 아니라 시기별로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와 동북아역사재단의 초청을 받아 3월부터 동해 표기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서양 고지도에 나타난 동해 표기를 △1720∼1800년 ‘한국해’란 명칭이 대부분을 차지한 기간과 △1800년∼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 직전까지 ‘일본해’가 확산된 기간으로 나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해가 주류였던 기간은 제외하고, 19세기 초 이후에는 서양 고지도에서 일본 식민주의와는 무관하게 일본해라는 명칭이 압도적으로 사용됐다는 점만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 일본해란 명칭이 확산된 데에는 서구 중심주의나 편의주의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해를 탐험한 뒤 이를 일본해로 기록한 러시아 해군제독 크루젠스테른의 책(1815년)이 여러 나라에 번역되면서 유럽인들이 일본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역사적인 맥락을 살피지 않고) 편의에 따라 사용한 셈입니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일본 제국주의(식민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느냐에 대해 그는 “당시 일본은 동해를 ‘일본 내륙해’로 만들려고 했으며 현재 한국인이 일본해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인 반발이 아니라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이런 측면이 국제사회에는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국제표준원칙인 ‘리미츠 오브 오션스 앤드 시즈’에는 현재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IHO는 2012년 정례회의를 열어 한국이 요구하는 ‘동해(East Sea)’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도르멜스 교수는 “이 회의를 앞두고 명칭을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동해는 동쪽 바다라는 의미인데 ‘한국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한국해’로만 표기하는 데 결사 반대할 테니 일본 사이에 놓인 바다’라는 의미에서 ‘한일 바다(Sea of Korea/Japan)’ 등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요.”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